[희귀동물 번식의 요람 에버랜드] 38년 노하우로 만든 ‘동물 천국’… 호랑이도 황금원숭이도 쑥∼ 쑥∼
입력 2014-05-24 02:50
지난해 에버랜드의 생태형 사파리 ‘로스트 밸리’에서는 기린 ‘장순이’가 18마리째 출산에 성공해 세계 최다 출산 기린이 됐다. 장순이는 1990년 첫 출산을 했는데, 장순이의 출산 기록은 전 세계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 정보를 관리하는 ‘국제 종(種) 정보 시스템(ISIS)’에 공식 등재되기도 했다.
장순이의 최다 출산 기록 배경에는 체계적 건강관리를 위한 첨단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적으로 장순이를 보살펴 온 에버랜드의 수의사와 사육사의 공로가 숨어 있다. 에버랜드는 장순이의 건강관리를 위해 양배추 근대 사과 등 신선한 과일과 채소로 영양을 보충했고, 아침저녁으로 충분한 운동을 유도했다. 또 정밀 진찰을 통해 출산 후 최소 2개월 정도는 자궁회복기를 갖게 했다.
래서팬더, 자이언트팬더와 더불어 중국 3대 보호동물인 황금원숭이는 2007년 중국에서 2쌍이 에버랜드로 건너와 지금까지 총 4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의 실제 모델인 황금원숭이는 국가의 지극한 보호를 받고 있지만 중국 내 번식률이 약 15%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에버랜드에서 4마리나 출산에 성공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로 꼽힌다.
에버랜드는 황금원숭이 출산에 지극한 정성을 쏟았다. 주식인 계절별 과일뿐 아니라 단백질을 보충해 주기 위해 애벌레를 별식으로 챙겨주고 좋아하는 떡갈나무 잎은 중국에서 공수해 오기도 했다. 또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서식지와 비슷한 주거환경을 마련해 주고, 관계가 나쁜 개체와는 분리시켜주는 등 세심한 스트레스 관리도 병행했다.
홍학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정한 희귀 보호동물로 국내에서는 에버랜드가 유일하게 번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에버랜드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총 59마리의 홍학을 부화시켰다. 소리에 민감한 홍학의 번식을 돕기 위해 주위 소음을 최대한 차단시켰고, 자연 상태와 비슷한 둥지를 지을 수 있도록 황토를 공급해 번식을 유도했다. 또 수정한 개체의 경우 홍학 전용 사료와 함께 보리새우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재료를 제공해 건강한 알을 낳을 수 있도록 했다.
동물에게 쏟은 정성이 통했는지 에버랜드는 최근 잇달아 희귀동물 번식에 성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에버랜드는 지난 몇 년 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번식에 성공한 산양을 비롯,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한국호랑이와 작은나무늘보 백사자 오랑우탄 등 다양한 희귀동물 번식에 성공했다.
에버랜드 동물원이 이렇게 희귀동물 번식에 강점을 보이는 것은 1976년 개장 이래 38년간 전문적으로 동물을 관리해 왔고, 환경부가 지정한 ‘서식지 외 보존기관’으로 활동하면서 축적한 동물 번식 노하우가 있어 가능했다. 에버랜드는 2003년 환경부로부터 서식지 외 보존기관으로 지정돼 국내 토종 야생동물 복원 및 종(種) 보존을 위한 활동을 실시해 오고 있다. 서식지 내 보존이 어려운 야생동물로 지정된 동물 중 두루미 재두루미 바다사자 산양 반달곰 한국호랑이 등 6종의 번식에도 성공했다.
희귀동물을 번식시키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적절한 사료와 필요 영양소가 공급돼야 하고, 번식 관리를 위해 각 동물 생태에 맞춰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 외에도 자연포육이 가능한 동물들의 스트레스 방지를 위한 동물사 모니터링 시스템(CCTV)을 구축하고, 인공포육간에 정밀 부화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 개체별 동물사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물관리 책임자인 사육사와 수의사들도 지속적으로 동물의 영양·건강·행동·번식 등을 연구해 최적의 번식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에버랜드 사육사와 수의사들이 동물관리 전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모임인 ZARA(Zoo Animal Research Academy)를 만들어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모임의 연구를 통해 ‘해리스 매 번식’이나 ‘반딧불이 생존율 개선’ 등의 성과도 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에버랜드 구성원들은 지난 수십 년간 각종 희귀동물에게 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하고 심도 있는 연구와 관찰을 거듭해 왔다”며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희귀동물을 보호하고 개체수를 늘려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