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江에서 생명의 江으로] 이수식 울산과학대 교수 “인공시설물 철거 자연초지로 조성해야”

입력 2014-05-24 02:44


“이제 우리는 태화강의 훼손된 자연성과 생태적 건강성 회복에도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30여년간 울산지역 환경지킴이 역할을 해온 푸른울산21환경위원회 전 위원장인 이수식(59·사진) 울산과학대 교수는 23일 태화강의 향후 방향과 관련, “자연스러운 하천 경관을 저해하고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콘크리트 바닥 주차장 등 인공 시설물들은 하루빨리 철거해 자연초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도시의 하수처리장이자 죽음의 강이던 태화강이 이제는 울산의 내일을 바꿀 스카이라인이자 울산 번영의 상징이 돼 가고 있다”면서 “태화강이 원래 갖고 있던 생물의 생활공간인 서식처를 인간 위주가 아닌 생물의 입장에서 최대한 배려하고 이미 생태적으로 심하게 교란된 부분은 최소한의 생태공학적인 복원공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화강은 이럴 때 자연적 치유력인 천이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복원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과거 태화강 살리기 사업이 수질개선과 수변공원 조성을 통한 시민휴식 공간 제공에 방점을 뒀지만 앞으로는 생태복원과 지역 문화·역사의 중심지로 만들어가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태화강의 역사·문화 콘텐츠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고 정체성을 불어넣어 주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의 선진도시들은 도시 내 하천이 지니고 있는 역사·문화적 자원을 활용해 강을 문화적 젖줄로 재탄생시키고 있다”며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아직 태화강 유역에 축적돼 있는 고유한 역사·문화적 자산을 강과 접목시켜 새로운 태화강 문화를 창출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태화강의 생태적 건강성 회복과 더불어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21세기형 태화강 수변문화를 재창출할 수 있는 태화강 마스터플랜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의 물박사로 통하는 이 교수는 1994년 건설교통부가 물 흐름에 장애가 된다며 울산 태화강 대나무숲을 잘라내려고 할 때 미국 육군 공병단 수자원연구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대숲이 홍수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함을 밝혀내는 등 대숲 보존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 때문에 살아남은 숲이 8년 뒤인 2012년 울산12경 가운데 하나로 지정된 ‘십리대밭’이다.

울산=조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