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국제선교회 국제총재 조슈아 보군조코 “여학생 납치에 맞설 무기는 총 아닌 말씀”

입력 2014-05-24 02:31


1893년. 백인 선교사 3명이 검은 대륙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첫발을 내딛었다. 두 명의 캐나다인과 한 명의 미국인이었다. 어느 날 이들에게 말라리아가 덮쳤다. 두 명은 숨을 거뒀고 살아남은 캐나다 선교사는 귀국선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나이지리아로 돌아왔다.

결심도 잠시. 다시 말라리아에 걸린 그는 귀환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대신할 3명의 선교사를 나이지리아로 파송했다. 마침내 1902년, 나이지리아에 선교부가 설치됐고 사하라 이남 6000만명의 미전도 종족 선교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SIM국제선교회(SIM) 창립 이야기다.

이런 역사를 가진 SIM에 지난해 경사가 났다. 선교 120년 만에 나이지리아 출신 선교사가 국제총재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의사 출신 조슈아 보군조코(53). 그는 SIM 역사상 최초의 비서구권 출신 총재다. 더구나 SIM의 선교로 시작된 나이지리아 복음주의 교단인 ECWA(Evangelical Church of West Africa) 소속 교회에서 성장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 ECWA 교단은 나이지리아 최대 교단으로 신자만 600만명이 넘는다.

보군조코 국제대표는 패트릭 펑 국제OMF선교회 총재와 함께 세계 선교단체 중 유일한 비서구권 출신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는 세계선교를 향한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한 세미나를 인도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SIM선교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나이지리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보코하람’의 여학생 납치 사건부터 언급했다.

“나이지리아 크리스천들은 매주일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교회를 갑니다. 테러의 대상으로 살아가는 게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박해가 육체를 괴롭힐 수는 있어도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파괴할 수 없습니다.”

그는 최근까지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북부의 조스에서 7년을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가 자란 곳은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함께 살던 시골마을이었다. 보코하람의 근거지에는 지금도 친구 한 명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학생들 납치 사건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산상수훈(마 5∼7)을 언급했다. “우리의 무기는 총이나 폭탄이 아닙니다. 크리스천은 주님 말씀대로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도 돌려대야 합니다.”

현재 외국에 파송된 나이지리아 출신 선교사는 7200여명에 달한다. 450개에 이르는 나이지리아 내 언어·문화 종족 선교를 위한 자국 선교사도 2500명이 넘는다. 보군조코 총재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선교사들은 모두 헌신된 사람들로 고난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선교지는 용기와 대담함이 필요한 곳이 많습니다. 어떤 선교사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일합니다. 상당수 나이지리아 선교사들이 테러로 순교했습니다. 그들은 생명을 값지게 드렸습니다. 선교사로 소명을 받았다는 것은 죽음으로 초청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보군조코 대표는 32년 전인 1982년 선교사 소명을 받았다. 그의 첫 기도는 이랬다. “주님, 선교사는 백인들이 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나 같은 아프리카 흑인을 부르셨나요.” 당시만 해도 선교사는 모두 서구 출신 백인들이었다. 나이지리아 사람이 선교사가 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피부색은 핑계였다. 당시 의대생이던 그는 의사가 되어 돈을 벌고 싶었다. 그가 돌봐야 할 가족이 많아 돈이 필요했다. 그때 무엇인가가 머리를 스쳤다. ‘내가 죽으면 하나님이 가족을 돌보실 거고, 내가 살아도 하나님이 돌보신다.’

그렇게 고민을 해결한 그는 의대(가정의학, 외과)를 졸업하고 선교훈련을 받은 후 95년부터 니제르 선교사로 활동했다. 니제르에서는 나이지리아 출신 선교사라는 점 때문에 장점도 많았다. “니제르 무슬림은 기독교가 백인의 종교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를 보고 생각이 변하더군요.”

SIM은 전 세계 56개국 출신 선교사 2000여명이 71개국에서 사역하고 있다. 한국인 선교사들은 100명이 활동 중이며 한국을 비롯한 잠비아 등 5개국에서 국가대표를 맡고 있다. 보군조코 국제총재는 한국교회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선교는 잃어버린 자들을 찾는 것이며 제자 삼는 일입니다. 한국교회가 이 사역에 더욱 매진해주십시오. 한국교회는 나이지리아 교회의 모델입니다. 기도와 세계선교의 열정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상은 상처 입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친구가 필요합니다. 한국교회가 동행해 주십시오.”

성남=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