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휴가 내고 출마하는 공기업 직원들이라니
입력 2014-05-24 02:41
공기업이나 준 정부기관 직원이 휴가나 휴직계를 내고 선거에 출마한 뒤 낙선할 경우 슬그머니 복직하는 파렴치한 관행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유급휴가나 휴직 상태에서 출마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퇴로를 마련해 놓고 공직선거에 나서는 것을 허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만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선출직 공무원은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자리여서 비상한 각오로 출마를 결심해야 온당하다. 출마했다가 당선되면 좋고, 떨어지면 원래 자리로 돌아오겠다는 ‘로또식 심보’로 휴직계를 내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모독임과 동시에 공직을 우습게 아는 처사다. 시장이나 군수, 도의원이나 시의원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뻔뻔스럽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5명을 포함해 공기업과 준 정부기관 직원 13명이 현직을 유지한 채 출마했다. 특히 건보공단의 경우 자문위원 등을 포함하면 무려 12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 건강을 보살피기 위한 보험재정을 관리하는 본연의 임무는 제쳐두고 구청장이나 시의원 후보로 나서는 것을 곱게 볼 국민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적자투성이인 지방공사 한 직원은 도의원 공천이 확정되자 휴직계를 냈다고 한다. 지나가던 소도 웃을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넋 나간 직원들이 공사의 돈을 축내고 있으니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정신을 집중하고 밤을 낮 삼아 일해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진대 정치판이나 기웃기웃하는 한심한 행태를 보이니 백년하청 아닌가.
우리 헌법상 모든 국민은 공무담임권이 보장돼 있다. 공직에 나가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데 이를 어찌 막겠는가. 그렇지만 지금처럼 공기업 직원들이 진지한 고민 없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공직에 진출하려고 꼼수를 쓰는 행위는 막아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만큼 공무원 수준의 엄격한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조속히 법을 바꿔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