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후 주목받는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우와, 불이다” 실제같은 대피… 안전체험 쏙쏙
입력 2014-05-24 02:38
세월호 참사의 충격으로 재난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실제 재난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처요령을 배운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이런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곳에서는 각종 재난 상황과 대처하는 요령을 체험을 통해 몸으로 익힐 수 있다.
◇아이들 놀면서 안전 배운다=지난 22일 오후 1시쯤 대구 동구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찾았다. 체험학습을 온 대구 봉무초등학교 1학년 학생 60여명과 함께 생활안전전시관에서 산악안전체험과 지진체험 등을 했다. 시설 안내를 맡은 김주헌(32·여) 소방관에게 체험 시 주의사항과 시설 설립 배경 등을 들은 뒤 20여명씩 3팀으로 나눠 산악안전체험관이 있는 2층으로 이동했다.
산악안전체험관은 산불, 폭우, 등산안전 등을 배울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제일 먼저 들어간 곳은 3개 벽을 스크린으로 사용하는 방이었다. 흰색 벽에 산불 영상이 나오고 방안 가득 나무 타는 소리 등이 울려 퍼지자 아이들은 “우와, 불이다”라며 웅성거렸다. 실감나는 분위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김 소방관의 산불예방 교육을 더욱 집중해 들었다.
바로 옆에 있는 폭우체험관도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벽에 설치된 화면에 폭우 영상이 나왔고 방 전체에 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장에 설치된 장치를 통해 실제 물이 벽 쪽으로 폭우처럼 쏟아졌다. 아이들을 손을 뻗어 쏟아지는 물줄기 만져보는 등 흥미를 보였다.
폭우체험관 바로 옆에는 산악지형을 재현한 등산체험코스가 자리 잡고 있다. 김 소방관은 말벌집을 보여주며 “산에서 사탕 등을 들고 이동하는 것은 말벌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코스는 지진체험관이었다. 붕괴된 벽과 갈라진 아스팔트 등 실제 지진 상황을 재현한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안내소방관의 지시에 따라 3∼4명이 함께 가상의 지진발생 공간을 통과하는 훈련을 했다.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10여m 공간을 빠져나오는 동안 ‘쾅’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체험자 쪽으로 갑자기 기울어졌다. 갈라진 아스팔트도 심하게 흔들렸다.
체험에 참여한 봉무초등학교 1학년 이은채(8)양은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지진체험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안전체험 경험 유무, 실제상황에서 하늘과 땅 차이=초등학교 4학년 이하 학생은 보호자 없이 지하철 화재 체험을 할 수 없어 혼자 2층 지하철안전체험역으로 향했다. 30여분간 극장처럼 만들어진 공간에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당시 영상 등을 본 후 지하 1층 체험 공간으로 들어갔다.
지하철안전체험역에는 서울에서 운행되던 차량을 가져와 체험용으로 개조한 실물 전동차가 있었다. 제갈현수 교육팀 반장에게 10여분간 지하철 플랫폼 내 안전시설 등에 대해 들은 후 바로 차량에 탑승했다.
문이 닫히자 차량이 움직였다. 실제 달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제갈 반장이 신호를 보내자 갑자기 차량 안에서 연기가 나면서 조명이 깜박였다. 창문에 설치된 화면에서는 화재영상까지 나왔다. 차량이 멈추자 차량 내 조명이 완전히 꺼졌다. 좌석 옆 아래쪽에 있는 비상코크함 뚜껑을 열고 밸브를 돌린 뒤 힘을 줘 지하철 문을 손으로 열었다. 플랫폼으로 나와 10여m를 이동해 계단에 도착하니 조명도 없고 연기도 자욱해 앞을 보기 어려웠다. 몸을 숙이고 바닥의 촉광형 유도타일(야광으로 빛이 나는 특수 타일)과 벽면에 설치된 통로유도등을 따라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천천히 이동했다. 계단을 올라와 입을 손으로 막은 상태로 1분여쯤 통로를 이동했을 때 손으로 벽이 만져지지 않아 이동을 잠시 멈췄다.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제갈 반장이 “몸을 숙이고 유도타일을 보라”고 말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몸을 다시 숙이니 유도타일이 보였고 이를 따라 2분 안에 무사히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제갈 반장은 “많은 체험객들이 벽이 만져지지 않는 지점에서 당황해 길을 잃기도 한다.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체험을 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관으로 자리를 옮겨 옥내소화전 체험도 했다. 아파트 복도 등에서 옥내소화전을 본 적은 있지만 직접 만져본 것은 처음이다. 철제문을 열고 소방호스를 꺼내 물을 틀려고 하자 제갈 반장이 기다리라고 했다. 그는 “수압이 강하기 때문에 한 손으로 조작하면 다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갈 반장은 “옥내소화전 등 많은 안전도구들에 설명서가 붙어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당황해 사용하지 못하거나 잘못 조작해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체험을 한 번이라도 해보면 실제 상황에서 더욱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