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규 박사의 성서 한방보감] 근육과 살

입력 2014-05-24 02:27


살이 많이 찐 사람이 건강한 게 아니다. 살이 많은 사람은 오히려 기가 약하다. 한방에서는 기기 허하고 습담이 많다고 본다. 기는 원기를 말하는 것인데, 살이 많이 찌면 원기가 부족해서 땀구멍을 조여주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기허증으로 오는 땀이 많다고 본다. 그리고 습담이 많은데, 습이란 물이요 담이란 기름기를 말한다. 원기는 허한데 세포 사이에 물이 많이 차고 기름기가 많아서 세포가 커져 비만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살이 많이 찐 사람은 오히려 원기가 약하고 저항력도 부족해서 감기에도 잘 걸리고 이런저런 성인병에 노출되기 쉽다.

근육과 살은 다르다. 한방에서 근육은 근(筋)이라고 해서 간에 속한다고 보고, 살은 기육(肌肉)이라고 해서 비에 속한다고 본다. 근육은 운동을 하면 생기지만 살 즉, 기육은 많이 먹으면 생긴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밥만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 물살은 한방에서는 기육이라고 한다. 근육은 많이 붙으면 건강하지만 기육은 많이 찌면 백해무익하다. 근육은 단백질이 주성분이지만 기육은 탄수화물과 지방이 주성분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근육은 키우고 기육은 빼야 한다. 기육을 빼기 위해서는 유산소운동이 좋다. 유산소운동 특히 빨리 걷기를 매일 한 시간씩만 하면 살이 빠지기 시작한다. 우리 몸은 살이 제일 빨리 찌는 곳도 뱃살이요 제일 빨리 빠지는 곳도 뱃살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자기도 모르게 빠지고 약해지는 곳이 대퇴부와 종아리 살이다. 우리 몸의 근육은 배꼽 아래로부터 허벅지까지 75%가 몰려 있는데, 이 부분을 핵심근육(코아머슬)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핵심근육이 약해지고 살이 빠지면 다리가 가늘어지고 힘이 없어서 흐느적거리게 된다. 아무리 건장한 사람도 병원에 입원해 한 달만 침상에 누워 있으면 다리가 홀쭉해지고,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해서 한 달만 지나면 종아리부터 가늘어지는 것도 다 그곳의 근육이 빠져 그런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필요한 운동이 근력운동이다. 근력운동은 그야말로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인데 무산소운동을 말한다. 무산소운동을 해서 팔의 근육과 배의 근육, 그리고 코아머슬이 하복부와 허벅지의 근육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방에서 간주근이라고 하는 것은 간이 근육을 담당한다는 말인데 이것은 간의 기능이 강하면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이 잘 붙고, 간의 기능이 약하면 쉽게 피로해서 운동을 하지 못해 근육이 잘 붙지 못한다고 해석해도 된다.

건강한 근육을 키우기 위해 단백질 음식을 의도적으로 먹고, 무산소운동과 유산소운동을 병행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근력운동인 무산소운동을 하지 않고 유산소운동만 하면 근육은 안 생기고 기육만 빠져서 사람이 보기 흉하게 홀쭉해지고 비쩍 말라 보인다. 그건 건강한 운동처방이 아니다.

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하복부의 핵심근육이 탄탄해야 성적인 매력이 생긴다. 핵심근육이 탄탄해지면 배는 나오지 않고 다리는 딴딴해져서 아무리 걸어도 피곤하지 않고 오래 걸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에 많이 걷는 연습을 하는 게 필요하다. 승용차는 영구차라고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차를 많이 타고 다니면 다리가 그만큼 약해지고 가늘어져서 수명도 짧아진다는 말이다. 보생와사(步生臥死)란 말도 그런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많이 걸으면 오래 살고 자꾸 누우면 일찍 죽는다는 말이다. 모두 다 근육의 중요성을 가리킨 말이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영적인 근육이 있어야 한다. 물살이 아닌, 기육이 아닌 근육이 필요하다. 근육은 무엇일까. 힘이다. 영적인 힘, 능력, 권세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악한 영의 세력에 대항해서 물리칠 수 있고 쫓아낼 수 있고 싸워낼 수 있는 힘, 파워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겉모습만 번드르하고 아무런 힘이 없는 물살, 기육만의 영성이 아니라 탄탄한 근육으로 무장된 그리스도인,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근력강화운동을 하는 멋진 그리스도인들이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한다.

<김양규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