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식 칼럼] 미래가 변하는데, 한국교회는 변하는가?
입력 2014-05-24 02:25
우리는 지금 20세기 초 경험했던 격변을 다시 맞고 있다. 제1,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인류는 ‘하나님이 버린 세상’이라는 회의에 빠졌다. 더불어 인간에 대한 회의가 시작됐고 기술에 대한 두려움도 생겼다. 대공황으로 경제적 환상도 깨졌다. 하나님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전쟁, 경제·정치·사회 사건과 기술발전 등에서는 멀리 떨어져 관망하는 분으로 평가되었다. 철학에서부터 과학, 경제를 넘어 신학에 이르기까지 하나님 없는 세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21세기 초반 인터넷 혁명과 아랍권의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고 빈번한 테러와 탐욕, 욕망 위에 쌓아 올린 극심한 부채의 덫, 불완전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두려움이 쌓여가고 있다. 조기 은퇴와 고령화가 촉발한 인간 존재 문제에 대한 새로운 반성,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허물어버릴 영향력을 가진 로봇과 사이보그 시대의 시작, 물질의 재창조라는 나노 기술, 신의 경계에 도전하는 인간 복제와 생명공학 혁명이 가져다주는 윤리적 고민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앞으로 세계화의 어두운 면인 강렬한 배타적 민족주의 갈등과 아프리카의 불붙은 전쟁, 그리고 더욱 대담해지는 국제적 투기는 심화할 것이다. 위태로운 북한의 정세는 여전할 것이고 동아시아는 신냉전 시대가 개막되었다. 사회를 지탱해 왔던 기존 방식들은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고, 산업 이동과 가치와 윤리(Value and Ethic)의 전환이 시작되었다. 일명 ‘월드스패즘(World-spasm·전 세계적으로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윤리 영성 등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경련)’의 시대다. 월드스패즘 현상이 최소 10∼20년은 지속할 것이다.
국가, 기업, 개인 모두 “위기의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고 질문한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교회는 이 질문에 답을 내놓을 능력을 상실했다. 교회 안에서 극심한 허무와 고통, 방향감 상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거세게 진행하고, 주력 산업을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한 고용의 불안정성이 교회를 강타하고 있다. 교인들은 직업과 고용의 불안, 미래 불안에 쫓기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와 부의 불균형 분배가 교회 안에 깊이 파고들었다. 교인이라고 해서 파산, 강제적 조기 은퇴, 실직, 청년실업, 노사갈등, 상대적 박탈감, 사회폭력, 심리적 스트레스와 상호 불신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들은 교인들의 심리적 상태를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어 기존의 권위와 가치에 대항하게 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우리는 하나님이 역사를 주관하시며 거시적 사회, 기술문명, 시대적 모든 변화를 주관하신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그 변화가 인간의 시각에서 위기와 고통이든 기회와 환상이든 하나님의 뜻과 허락 안에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교회가 하나님이 변화시키시는 미래의 새로운 방향에 발맞춰 늘 새로운 소명을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함을 믿어야 한다. 하나님이 기존의 목회 방식과 신학에 새로운 성찰을 요구하신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깊은 목회적 성찰을 통해 기존의 것 중에서 좋은 것을 계승하고 틀렸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것은 과감히 내려놓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한국교회를 향한 세상의 비난은 ‘교회다움’과 ‘새 시대를 이끌 비전’을 회복하라는 회초리다. 하나님의 경고다. 지금이라도 한국교회가 새로운 시대적 소명에 귀 기울인다면 미래는 어둡지 않다. 미래의 급격한 변화들은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게 하고 ‘신 존재’에 대한 열망을 크게 만들 것이다. 고통을 느끼면 느낄수록 하나님의 어루만지심을 더욱 깊이 사모하는 시대, 인간 능력의 한계를 느낄수록 하나님의 능력을 더욱 사모하는 시대, 죄악과 타협하지 않고 진리를 가르치고, 성령의 임재를 통한 치유와 회복이 더욱 강하게 역사할 시대, 성령 임재 이후 초대교회에 나타난 거룩한 나눔과 사랑, 타락한 교회를 개혁하고자 했던 종교개혁자들이 고아와 과부를 돌아본 것처럼 사회적 관심을 통한 복음의 능력이 현현(顯現)하는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그분의 구원 역사를 스스로 주관하시는 분이다. 동시에 우리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하나님의 동역자가 되기를 원하신다.
최윤식(미래학자,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