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부 “19번째 쿠데타” 선언

입력 2014-05-23 04:42

태국 군부가 계엄령 선포 이틀 만에 정파 간 타협 실패를 빌미로 쿠데타를 선포했다. 1932년 입헌군주제를 도입한 뒤 19번째로, 2006년 9월 이후 7년 8개월 만에 또다시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민주주의 체제는 위기에 놓이게 됐다.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은 22일 오후 전국에 중계된 TV방송을 통해 “국가의 평화를 회복하고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 군과 경찰이 전국의 통제권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군부는 또 헌정을 중단하고 오후 10시~새벽 5시까지 통행금지를 전국적으로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5명 이상의 집회를 금지하고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군부의 쿠데타 선언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지속돼 온 태국의 혼란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친정부 진영은 현 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은 위헌이자 반란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쿠데타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반정부 진영은 쿠데타 소식 이후 해산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군부는 정치혼란 해소를 위해 21~22일 방콕의 육군회관에서 친정부 시위단체 지도자와 반정부 시위단체 지도자, 상원의장 대행 및 과도정부의 장관 5명 등과 만나 정국 해결책을 논의했다. 그렇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곧바로 회담장을 포위하고 정치인을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군인들이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아피싯 웨차치와 대표와 반정부 지도자인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를 체포했다고 전했다. 군부는 주요 정부 청사도 완전히 장악했다. 앞서 군부는 지난 20일 새벽 3시를 기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주요 방송국과 치안권을 넘겨받았다.

쿠데타는 군부가 전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왕비 근위병 부대 출신으로 대표적인 왕당파인 프라윳 총장은 지난 15일 “폭력이 계속되면 평화와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군이 나설 수도 있다”며 군 개입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군이 정치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것은 막강한 군부 영향력 때문이다. 태국 군은 치안과 국방 외에도 가뭄, 홍수 등 재난 상황은 물론 평상시에도 민간 지원 활동에 나서 국민들은 군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군은 전쟁이나 폭동 시 내각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로 인해 1990년대 이후 대폭 감소하긴 했지만 국민들은 정국 혼란 때마다 군의 개입을 촉구했다. 이런 전례에다 올 들어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시위 과정에서 28명이 숨지고 800명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유혈사태가 계속됐던 게 군부 개입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