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떠난 안보사령탑… 대북정책 기조도 바뀌나
입력 2014-05-23 04:37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2일 경질됨에 따라 박근혜정부 외교안보라인이 정권 출범 1년3개월 만에 대폭 바뀌게 됐다. 강성으로 분류된 두 사람이 교체되면서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 원장과 김 실장은 정권의 안보정책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 ‘장관급보다 한 단계 급이 더 높은 원장과 실장’이라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로 위상도 막강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강경 일변도의 드라이브에 아무도 태클을 걸지 못했다.
두 사람이 있는 동안 남북관계는 계속 악화돼 왔다. 북한 탓이 크지만 6자 회담도 전혀 진전되지 못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두 사람이 다 군 출신이어서 지나치게 강경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자주 터져 나왔다. 두 사람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까지 합하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위원 7명 중 절반 가까이가 군 출신이었다. 남 원장은 육사 25기, 김 실장은 육사 27기, 김 장관은 육사 28기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 퇴진을 계기로 김 장관까지 물러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날 오후 남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포격을 주고받은 상황이어서 금명간 주무 장관까지 한꺼번에 교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따라서 향후 후임 인사들은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 좀더 유연한 인물로 기용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박근혜정부가 안대희 전 대법관을 새 총리로 내정한 게 일종의 정국 운영상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만큼 두 사람의 후임자도 비슷한 맥락에서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군 및 안보 관련 인사들보다는 민간 출신의 전문가 그룹에서 후임자가 나오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더 획기적으로는 북한도 수긍할 만하고 대화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대북 유화적인 태도를 가진 인물이 기용될 수도 있다. 새 인물 기용을 통해 북한에 모종의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박 대통령 임기 동안 어떻게든 교착된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면서 “지난 3월 박 대통령이 독일에서 ‘드레스덴 선언’을 하고 정부가 아직도 6자 회담을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용한 틀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과 가까운 핵심 인사나 정치권 중진 인사가 국정원장이나 안보실장에 기용돼 ‘해결사’ 역할로 나설 수도 있다. 과거에도 남북관계가 헝클어졌을 때 협상이나 논리보다는 대통령 측근에 의한 ‘정치적 결단’에 의해 풀어진 경우가 많았다.
정치권에서는 후임 국정원장으로 박 대통령의 원로 그룹 중 한 명인 이병기 주일대사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이 거명되고 있다. 안보실장으로는 민간 전문가들과 김 국방장관,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근시일 내 연평도 포격 상황과 같은 일이 반복돼 남북 간 긴장이 지금보다 고조될 경우 오히려 현 강경 기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가 안보사령탑을 다시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