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LL 사격 도발’ 긴박한 서해] 軍 초계임무 위축시켜 NLL 무력화 의도인 듯
입력 2014-05-23 04:25
북한이 22일 오후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초계임무 중이던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해 기습 포격을 가한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발 시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단 북한군 포탄이 우리 유도탄 고속함에서 불과 150여m 거리 해상에 떨어진 점에 비춰 고속함을 겨냥한 ‘조준 포격’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우리 군의 지난 20일 북한 함정에 대한 경고사격이 있은 직후여서 ‘보복성 도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우리 측 해상이 아니라 함정을 바로 겨냥해 포격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도발 유형이라는 것이다. 군은 도발 원점이 황해도 강령반도 일대 해안포 부대일 것으로 보면서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의 함정일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포격 당시 우리 함정은 NLL 이남 9.9㎞ 해상에서 정상적인 초계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우리 군은 “NLL 이남 해상은 우리 관할수역이어서 북한의 포격은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해상에 선박항행금지구역도 선포하지 않았다.
때문에 군은 기습적인 포격의 의도가 NLL 인근에서 초계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함정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NLL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술 차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우리 해군이 북한 단속정과 경비정에 경고사격을 한 데 대해 북한 서남전선군사령부가 21일 “NLL 인근의 (남한) 함정에 군사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어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저지하기 위해 단속정을 가동하고 있다는 걸 우리가 뻔히 알면서도 단속정을 향해 총포사격한 데 극도로 화가 난 듯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도 도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김 대변인이 지난 12일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발언한 이후 북한은 연일 “강력 대응하겠다”고 천명했었다.
정부가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교체를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포격이 이뤄진 점도 주목된다. 안보 책임자 부재 상황에서 우리 군의 대비 태세를 떠보기 위한 의도적인 도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세월호 사건에 외교안보라인 교체, 지방선거 등의 복잡한 와중에 우리 안보 대응 능력을 시험해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 원점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포격을 예고하지 않았고 실제 해안포 위협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아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대포병 레이더를 가동하지 않았다. 때문에 “북한의 도발 원점과 지원세력까지 타격 응징하겠다”고 했던 군의 원칙이 이번에도 무위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궤적을 남기는 미사일과 달리 포탄은 위치 식별이 쉽지 않고 레이더에도 잘 안 잡힌다”고 했다.
해군은 원점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함정과 11.9㎞ 떨어진 해상에 위치한 가장 가까운 거리의 북한 함정 인근 150여m 해상에 5발을 대응사격했다.
유동근 백민정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