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중독 문제 해결 정부가 나서라”

입력 2014-05-23 03:09


의료계·종교계·시민단체 인사 200명이 알코올·도박·약물·게임 등 ‘4대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법조 심리 복지를 포함한 사회 12개 분야 전문가들이 4대 중독의 심각성을 공식 제기하며 ‘선언문’을 발표하기는 처음이다 (국민일보 4월 14일자 1·8면 참조).

중독 예방을 위한 범국민 네트워크 강지원 공동대표를 비롯해 전문가 200명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독 예방·관리·치료를 위한 안전망 구축 촉구 선언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중독 치료가 필요한 국민이 300만명을 넘어섰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미비하다”며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는 작업이 세월호 사고로 드러난 허술한 사회안전망을 다시 세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독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을지대 강남을지병원 정신과 최삼욱 교수는 토론회에서 지난 3월 성인남녀 30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게임 중독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자의 13.8%인 419명이 ‘인터넷 게임 사용 장애’ 즉, 게임중독 진단을 받았다. 게임을 못하면 금단현상이 나타나고 욕구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위험군이다. 이들 중 64명은 하루 4시간 이상, 28명은 6시간 이상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게임중독 위험군은 자살 및 폭력적 행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가’란 질문에 전체 조사자 중 4.7%(142명)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위험군은 18.4%(77명)나 됐다. 또 위험군의 20.5%인 86명은 ‘무언가를 부수고 파괴하려는 충동이 생겼다’고 응답했다. 최 교수는 “충동 조절이 어려운 청소년을 조사한다면 이 수치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며 “정부가 게임산업을 키우기만 했지 부작용을 줄이려는 정책에는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국제보건기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15세 이상 알코올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5위다. 2006년 국가 차원에서 계획된 음주폐해 예방관리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2010년 이후 후속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역사회 알코올상담센터도 목표했던 100개의 절반에 해당하는 52개만 설치됐다. 덩달아 음주폐해 예방홍보사업 예산도 2006년 20억5800만원에서 2011년 14억6000만원으로 줄었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살 시도율이 일반 성인보다 1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지만 정부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토론회에서는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 건립이 인근 학교에 미칠 악영향과 함께 이미 생활 속에 파고든 프로포폴, 졸피뎀, 대마 등 마약류의 실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4대 중독 대책 촉구 200인 선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중독을 막기 위한 슬로건과 강론 자료 등을 준비해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홍보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또 6·4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중독 예방·관리·치료를 위한 대책 수립에 협조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낼 방침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