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구속영장 발부… 현상금 걸고 전국에 공개수배
입력 2014-05-23 03:07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2일 발부됐다. 검거되면 심문 없이 곧바로 구치소에 수감된다. 유 전 회장에게는 1289억원 횡령·배임 및 101억원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됐다.
◇잡히면 곧바로 구치소행=인천지법 최의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유 전 회장이 도주한 것으로 판단되는 데다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구속영장 유효기간은 7월 22일까지 두 달이다. 통상적인 유효기간은 일주일인데 법원이 유씨의 도주 상황을 감안해 기한을 늘려줬다.
검찰은 전날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종교시설인 금수원을 압수수색한 뒤 저녁 무렵 법원에 구인장 집행불능 보고서를 제출하고 구인장을 반납했다. 법원은 기록만으로 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금수원 수색에서 유 전 회장 도피가 객관적으로 확인된 이상 구인장 집행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효과가 더 강력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전국적으로 지명수배, 현상수배하고 하루라도 더 빨리 잡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경찰은 검찰의 협조 요청에 따라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44)씨에게 각각 5000만원과 3000만원의 신고보상금을 내걸고 수배전단을 배포했다(사진). 보수단체 어버이연합도 유 전 회장에 대해 1000만원 현상금을 내걸었다. 검찰은 “시민들과 특히 구원파 신도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한다”며 “두 사람을 비호하거나 숨겨준 사실이 드러나면 누구라도 범인 은닉·도피죄로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1390억원 횡령·배임·조세포탈=유 전 회장의 횡령·배임 액수는 각각 218억원과 1071억원이다. 유 전 회장은 계열사들에 자신의 사진 작품을 팔거나 빌려준 값으로 모두 446억원을 챙겼다. 이 돈은 전액 해외 법인에 반출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유 전 회장이 101억원 증여세를 포탈한 것으로 봤다. 그는 계열사로부터 컨설팅비로 120억원, 상표권 사용료로 98억원도 가로챘다. 유 전 회장은 법정관리 상태였던 ㈜세모의 자산을 담보로 598억원을 빌린 뒤 ㈜천해지 ㈜새무리 등 계열사를 내세워 회사를 되찾는 데 사용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세월호 침몰 책임을 묻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대균(44)씨도 청해진해운 등에서 99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수사팀에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 추적·환수 전담 검사를 두고 재산목록을 작성해 소유관계 확인에 나섰다.
유 전 회장 검거가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수사 장기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 전 회장과 공모해 경영비리를 저지른 측근 8명의 구속시한도 대부분 만료돼 기소를 앞두고 있지만 유 전 회장의 행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금수원 내 교회 강당 2층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금수원 진입 시기를 너무 늦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다판다 김필배(76) 전 대표나 차남 혁기(42)씨 등 유 전 회장과 직접 연결되는 핵심 관계자가 이미 외국으로 도주하거나 잠적해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난 13일에야 유 전 회장 혐의가 입증됐고 이후에는 구원파 신도 수천명이 금수원에 집결해 진입을 방해했다”고 해명했다.
인천=전웅빈 정현수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