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檢,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 세운 전 SSCP 대표 수백억대 횡령·배임 혐의 수사

입력 2014-05-23 03:07

검찰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세운 것으로 드러난 오정현(43) 전 SSCP 대표의 수백억원대 배임·횡령 혐의 등에 대해 본격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장영섭)는 오씨에 대한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광범위한 자금 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같은 청 형사5부 등에 배당돼 있던 오씨 관련 고발 사건도 금조1부로 모두 이관됐다.

SSCP는 전자제품용 재료와 디스플레이용 핵심 소재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중견기업이다. 2005년 10월 코스닥에 상장됐지만 2012년 9월 부도가 났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 2000여명이 2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창업주인 아버지 오주언 회장에게서 2002년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검찰은 오씨의 개인회사인 STM코퍼레이션에 SSCP가 2010년 법인자금 460여억원을 무담보로 빌려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TM코퍼레이션은 2007년부터 해마다 적자를 냈으며, 2010년에는 12억6800만원의 적자를 내는 등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였다.

지난해 7월에는 오씨가 STM코퍼레이션 자금 830억원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07년부터 이 회사의 22개 법인계좌에서 거액의 회사 공금이 지속적으로 대주주 개인 계좌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오씨는 지난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기업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오씨는 SSCP 상장 3개월 전인 2005년 7월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오리엔탈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를 세웠고, 이듬해 7월에도 ‘탈렌트 벤처 캐피탈’ 등 회사 2곳을 추가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오씨가 부도 이전에 역외 법인을 통해 지분 투자를 한 뒤 차익을 해외로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검찰도 오씨의 재산 국외도피 혐의를 확인해 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씨에 대한 여러 건의 고발, 진정 등을 하나로 모아서 수사 중”이라며 “살펴봐야 할 기록이 많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