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습기 판매 장난 아니네”… 삼성·LG도 본격 가세
입력 2014-05-23 03:19
국내 제습기 시장에서 격전이 시작됐다. 우리나라가 고온다습한 기후로 변하면서 올여름 제습기 보급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특히 그간 중소업체들이 많이 포진해 있던 제습기 시장에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제습기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위닉스를 비롯한 중소업체들은 다양한 신제품을 앞세워 성수기 채비에 나섰다. 그런데 올해는 국내 가전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뛰어들었다. 두 회사는 그간 제습기 시장에서 부진했다. 위닉스의 점유율이 시장의 절반인 50%를 차지하고 그 뒤를 LG전자, 삼성전자와 다른 중소 가전업체들이 잇는 모양새였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제습기 보급률은 4%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30%까지 내다보고 있다.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는 2009년 4만대에 불과했지만 3년만인 2012년 10배 성장했고, 지난해 130만대를 넘겼다. 올해는 2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500억원 수준이던 시장 매출액은 올해 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선 이유다.
냉장고, 세탁기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전제품 개발에 치중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의 영역’을 주방가전 너머로 확장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올해 제습기 시장의 트렌드가 ‘인버터’ ‘프리미엄’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LG전자는 성수기를 앞두고 지난 3월부터 제습기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에어컨 브랜드인 ‘휘센’을 제습기에도 적용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제습기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인 고성능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을 앞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도 김연아를 모델로 한 디지털 인버터 제습기를 선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월 현재 제습기 판매액(누계)이 전년 대비 631% 성장했다”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고사양 제품을 만들었고, 인테리어 측면을 고려해 고급스러운 디자인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의 적극 공세에 인지도 높은 모델을 앞세워 공기 전문기업 이미지로 맞서고 있다. 배우 조인성을 모델로 내세운 위닉스는 2014년형 제습기 50종을 출시해 시장점유율 50%를 지킨다는 계획이다. 위니아는 여름 가전 성수기를 앞두고 이날 ‘공기 전문가’ 이미지를 강조한 브랜드 캐릭터를 제작·공개했다. TV 광고 음악은 작곡가 주영훈이 만들고, 노래는 제품 모델인 아역배우 김유정이 부른다. 쿠쿠전자도 제습과 공기청정 기능이 동시에 들어있는 공기청정 제습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0%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제습기 판매경쟁에서 어느 쪽이 웃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미 위닉스가 오랫동안 점유율 50%를 유지해온 데다 이 시장에선 대기업 브랜드의 인지도가 크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위니아만도의 ‘딤채’가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밀리지 않는 예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대부분 삼성전자나 LG전자 브랜드를 떠올리지만 제습기 브랜드는 그렇지 않다”면서 “중소업체들의 광고모델이나 가격 경쟁력이 대기업에 밀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