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6·4 지방선거 (14) 경기도지사] 남경필 후보의 24시… 시장 광장서 즉석문답 출정식

입력 2014-05-23 03:54


22일 오전 6시30분 적막한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객들의 발길이 뜸한 이른 시각에 흐린 날씨만큼 침통한 표정을 지은 작은 체구의 남자가 들어섰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였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 후보는 흰색 국화꽃 한 송이를 꼭 쥔 두 손을 가슴 위에 조심스럽게 얹었다. 그리고는 느릿하게 걸으며 영정사진 하나하나와 눈을 맞췄다. 제단 정중앙 분향대 앞에 잠깐 멈춰서 고개를 떨군 남 후보의 눈에선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 여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하루는 비공개 조문으로 시작됐다. 취재진이 몰리는 게 부담스러워 외부에는 사전에 알리지 않은 일정이었다. 남 후보가 떠난 분향소에는 ‘제가 죄인입니다. 저부터 반성하고 저부터 바꾸겠습니다’라고 적힌 방명록이 펼쳐져 있었다.

노란 리본이 달린 하얀색 당 점퍼로 갈아입고 수원역으로 이동한 남 후보는 오전 7시30분 슬픔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비로소 선거운동을 개시했다. 역 입구에서 “도지사 후보 남경필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라고 인사하고 허리를 숙였다.

대부분 무관심한 표정으로 남 후보가 건네는 명함을 받아들었지만 환하게 웃으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거나 남 후보의 어깨를 두드리며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수원역이 위치한 팔달구는 그를 5선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지역구였다. ‘홈그라운드’에서 잇따른 격려를 받은 남 후보는 그제야 밝은 표정을 지었다. 어느덧 날씨도 화창하게 바뀌어 있었다.

오후 들어 남 후보는 수원 영동전통시장 앞 광장에서 수원 지역에 출마한 지방선거 새누리당 후보자들과 합동 출정식을 가졌다. ‘소장파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남 후보답게 출정식도 파격적으로 진행했다. 관중들이 질문 또는 하소연을 하면 남 후보가 답변을 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약이 설명되는 토크 콘서트 형식이었다. 500명으로 추산되는 인파는 일방적인 연설 방식의 유세에서 탈피한 새로운 시도에 집중했다. 일부는 건물 옥상 위에 올라가 경청하기도 했다.

남 후보의 핵심 공약은 경기도 전역에 ‘따뜻하고 복된 마을공동체(따복마을)’ 6000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주민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젊은 학부모가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놀이방을 설치하고, 노인 인구가 많은 곳에는 공동 세탁공간을 두는 식이다.

‘빅파이(Big-data·Free-infor mation)’ 공약도 눈에 띈다. 남 후보는 “도내 흩어져 있는 CCTV·교통·인구 정보 등 각종 자료를 통합한 뒤 맞춤형으로 재구성해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민들의 소비패턴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특히 소상공인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후보가 중간중간 “공약들은 새누리당과 제가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하자 시민들은 “믿는다 남경필”이라고 외치며 환호했다.

용인시로 이동한 남 후보는 새누리당 정찬민 용인시장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했다. 이어 부천역 인근에서 열린 부천시 새누리당 후보 합동 출정식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부천 자유도매시장을 둘러본 뒤 오후 7시20분 수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수원삼성블루윙즈와 PSV아인트호벤 간 축구 경기를 관람하면서 응원전에 동참했다.

당초 손쉬운 당선이 예상됐던 남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경기도지사 후보에게 지지율을 추월당하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에 경기도가 초접전 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구슬땀을 흘리며 현장을 누비는 남 후보의 표정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수원·용인·부천=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