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안대희 내정] “수십년 적폐 척결…” 공직사회 고강도 개혁 예고
입력 2014-05-23 04:48
“제 개인적인 삶을 모두 버리고 비정상적 관행의 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해 공직사회를 혁신하겠다. 국가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가 22일 내정 발표 직후 소감으로 밝힌 첫 일성이다. 역대 어느 정부의 총리 내정자가 언급한 소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결연함과 비장함이 배어 있었다.
안 내정자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강력한 국가 개조를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비정상적인 관행을 뿌리까지 뽑겠다”고 강조했다.
강단과 소신, 청렴한 이미지의 안 내정자가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앞으로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시스템 전반에 커다란 변혁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토대로 한 안대희식(式)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악습 철폐 등이 예고된 것이다.
안 내정자는 “저는 초임 검사 때부터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평생을 살아왔다”며 “제게 국무총리의 역할을 맡기는 이유는 바로 과거 수십 년 동안 쌓여온 적폐들을 일소하고 개혁을 추진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건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질만능주의 풍토와 자본주의 탐욕은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패러다임은 물질과 탐욕이 아닌 공정과 법치에 기반을 둬야 할 것”이라며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젊은 세대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관 유착 등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병폐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법과 원칙에 따른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는 결국 공직사회 전반은 물론 기업의 부조리한 관행도 척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 내정자의 총리 지명 소감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국가 대개조’ 방침과 맞닿아 있다. 박 대통령과 안 내정자는 이제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그는 앞으로 박 대통령의 무한한 신뢰와 지원을 바탕으로 박근혜정부 제2기 내각을 진두지휘하면서 공직사회 개혁 드라이브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 내정자는 또 자신이 ‘예스맨’ 또는 ‘의전총리’ ‘대독총리’ 역할에 결코 머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대통령을 진정으로 보좌하기 위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할 것”이라며 “국가가 바른 길로 가도록 소신을 갖고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진언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일찌감치 차기 총리로 안 내정자를 염두에 뒀지만 법조인 시절 한번 결심하면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그의 소신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부담스럽게 생각했던 것으로 알러졌다. 그러나 결국 위기에 빠진 현 정부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선 안 내정자 정도의 소신은 이제 신임 총리의 ‘필요조건’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안 내정자는 대검 중수부장 등을 지내며 성역 없는 수사로 소신을 보여줬다”며 “공직사회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성공적으로 국가 개조를 수행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안 내정자는 23일부터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 총리실의 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본격적으로 예비 총리 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용산구 소재 변호사 사무실도 이미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도 즉각 안 내정자의 청문회 준비팀을 꾸리는 등 후속 절차에 착수했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을 포함한 총리실 주요 간부들은 창성동 별관에 모여 청문회 준비에 착수했다. 총리 내정자 지명부터 국회 인사청문회, 본회의 통과를 거친 최종 임명까지 평균 25일 걸렸던 점을 고려하면 안 내정자의 총리 취임은 이르면 6월 중순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차기 총리 인사청문 절차가 끝나면 내각을 인선하는 데도 안 내정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