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남재준 경질 초강수로 ‘인적 쇄신’ 강력 의지

입력 2014-05-23 03:47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경질성 교체는 여권에서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의 사표 수리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국가 대(大)개조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인사라는 중평이다.

이제 한 사람이 남았다.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이다. 김 비서실장은 남 원장과 함께 박근혜정부를 지탱하는 양축이었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인적 쇄신의 핵심은 김 비서실장 교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홀로 남은 김 실장이 이 같은 압력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 안보실장 경질은 스스로 자초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의 교체에는 “청와대는 재해·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는 발언이 결정타가 됐다. 청와대가 이번 참사의 책임을 미룬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김 안보실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심은 더욱 악화됐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시민사회는 ‘책임 회피’ 발언이라고 총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남 원장은 다르다. 박근혜정부 초대 국정원장인 그는 이미 사선을 세 번 넘었다. 남 원장은 지난해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과 관련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며 정쟁의 한복판에 스스로 뛰어 들었다.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과 서울시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 사건도 견뎌냈다. 야권은 집요하게 남 원장의 경질을 촉구했으나 박 대통령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특히 국정원은 이번 세월호 참사 책임에서 한발 떨어져 있었다.

이번 전격적인 경질은 박 대통령이 민심을 수습해야 할 시점에서 남 원장을 더 이상 감싸기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 원장을 둘러싼 정치적 부담을 털고 가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인적 쇄신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선 남 원장의 교체가 불가피했다는 관측도 있다.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유기준 의원은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측근인 남 원장을 교체하면서 국가 대개조의 비상한 의지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남 원장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며 공무원 조직에 긴장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제 야권은 한 명 남은 타깃을 정조준 하는 분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번 인사소식을 접한 뒤 제일 먼저 “김기춘 실장은요?”라고 물었다고 한정애 대변인이 전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도 “대통령 본인이 변했다는 가장 중요한 표시는 비서실장 교체인데 그게 이뤄지지 않아서 미흡한 변화”라고 비판했다.

김 실장의 향후 거취에 대한 분석은 여권 내부에서도 엇갈린다.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보좌하는 ‘순장(殉葬) 비서실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반면 새누리당의 6·4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이번 인선을 놓고 박 대통령의 용인술에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가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으나 그 이후 사실상 멀어진 사이였기 때문이다. ‘한번 내친 사람은 재기용하지 않는다’는 박 대통령의 인선공식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또 남 원장과 김 안보실장이라는 안보라인의 두 날개를 동시에 경질한 것도 이례적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