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행사 끝나자마자… 中 우루무치 또 폭탄테러
입력 2014-05-23 03:18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가 끝난 지 하루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의 화약고’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테러가 발생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근 들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테러에 무관용으로 대처하겠다”며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있지만 잇따른 테러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시진핑 체제 출범 후 최대 테러=신화통신은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22일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31명이 사망하고 94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수 기준으로 시 주석 체제가 출범한 최근 2년 사이 최대 규모 테러사건이다. 신화통신은 오전 7시50분쯤 2대의 차량이 시내 중심가 공원 근처 노점시장 쪽으로 돌진했고 이 중 1대에서 탑승자들이 폭발물을 투척한 후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한 노점상은 중국신문망에 “10차례 이상 폭발음이 연속적으로 들렸다”면서 “3, 4명이 거리에 쓰러져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공안 당국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우루무치 공안 당국은 지난해 10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테러와 수법이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사건을 보고 받고 “철저히 수사해 폭력 테러분자들을 엄중히 처벌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치안 책임자인 멍젠주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도 “테러범들의 오만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궈성쿤 공안부장은 사건 직후 현장으로 파견돼 ‘긴급 대응기제’를 발동했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이날 상하이를 출발해 우루무치로 향하던 민간항공기 2대가 난징과 란저우에 긴급 착륙했다는 한 매체 보도가 나오면서 추가 테러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기도 했다.
◇안보 시험대에 오른 시진핑=시 주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테러 세력 척결을 강조해 왔다. 중국 정부는 최근 신장 지역에 교관을 파견해 총기교육을 실시하고 분리독립 세력 검거를 강화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테러는 강경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힘들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강력한 반테러 의지에도 불구하고 분리독립을 외치는 위구르인들의 테러는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과거 신장위구르 지역 변경 마을 일대에서 벌어지던 테러는 자치구의 수도인 우루무치로 옮겨 갔고, 최근에는 자치구 주변 도시는 물론 베이징까지 북상하고 있다. 알카에다를 연상케 하는 폭탄 테러는 물론 칼부림 테러까지 테러 수법도 과감해지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이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시찰하던 지난달 30일에는 우루무치 기차역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79명이 부상했다. 중화권 언론들은 시 주석의 시찰 시점에 이와는 별도로 자치구의 고위 공무원 3명이 잔인하게 살해돼 유기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윈난성의 유명 관광지 쿤밍의 기차역에서 칼부림 테러사건이 발생해 29명이 사망했다. 2009년 7월에는 우루무치에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발생해 197명이 숨지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각종 테러의 배후로 위구르 독립운동 세력의 한 분파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을 지목하고 있다. 이 단체는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의 도움을 받아 파키스탄 등 중국 인접국에 무장세력 양성 기관을 두고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