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드라마 스타 제작자들이 말하는 스토리의 힘… “유물된 셜록에 현대를 입혔더니 대박”

입력 2014-05-23 03:29


영국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1859∼1930)이 19세기 말에 만든 캐릭터 셜록 홈스. 미궁에 빠진 사건을 퍼즐 풀 듯 해결하는 명탐정 홈스의 캐릭터는 작가의 것만이 아니다.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 콘텐츠로 재탄생하며 100년이 넘도록 사랑 받고 있다.

특히 2010년 영국 BBC에서 방영되기 시작한 드라마 ‘셜록’은 그 인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 초 방영된 ‘시즌 3’의 경우 시청률 30%를 웃돌며 편당 100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드라마 역사상 SNS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록도 세웠다. 세계 180여 개국에 팔렸고 우리나라에도 올해 초 상륙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 드라마의 수석 작가인 스티븐 모팻과 프로듀서이자 그의 아내인 수 버추가 SBS 주최 서울 디지털 포럼 2014(SDF 2014) 참석차 첫 내한했다. 모팻은 드라마 ‘셜록’ 외에도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현대판 드라마 ‘지킬’을 제작했고, 드라마 ‘닥터 후’의 책임제작자 겸 수석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모팻은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기자들과 만나 “드라마를 통해 홈스라는 캐릭터의 원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나 또한 이 캐릭터를 무척 사랑했다. 팬이었기 때문에 열정을 가지고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모팻과 버추는 이날 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섰고, 한국방송작가협회와 SBS문화재단이 주최한 한국 방송작가 마스터클래스에서 ‘성공하는 이야기의 공식’이란 주제로 강연도 했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캐릭터 셜록 홈스는 1891년 런던에서 간행된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에 등장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도일이 펴낸 4편의 장편소설과 50여편의 단편소설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면서 ‘탐정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도일은 탐정인 홈스와 의사 존 왓슨을 단짝으로 만들고,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이들이 여러 가지 사건을 함께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구성했다. 모팻은 “소설 속 홈스는 당시 영국인들에게 현대적이고 쿨한 매력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며 홈스를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홈스의 원래 모습을 살리면서 현대인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원작자의 의도를 존중하면서 지금 시대에 살아 숨쉬는 캐릭터로 재탄생 시킨 것뿐이죠. 시청자들은 ‘홈스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구나’ 느끼며 공통점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모팻)

그의 말처럼 드라마 속 21세기의 홈스는 편지 대신 이메일을 작성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일기 대신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그럼에도 그가 추리하는 방식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이다.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문자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 검색 창을 여는 것이 아니라, 머리 속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아주 작은 단서로부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식이다.

그렇다면 제작자들이 느끼는 드라마 ‘셜록’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이 시대에 추리 드라마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컴퓨터보다 사람이 똑똑하길 바라기 때문인 것 같아요. 홈스는 지적 수준이 아주 높지만 실제로도 가능한 추리를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죠. 컴퓨터가 사람보다 똑똑한 건 재미없잖아요.”(모팻)

“드라마 ‘셜록’은 극본이 훌륭해요. 홈스와 왓슨. 두 주인공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우정과 함께, 시즌을 거치며 홈스가 성장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즐거움을 느낀다고 생각해요.”(버추)

드라마 히트 제조기인 그들에게도 실패가 없었던 건 아니다. 1980년대 후반 영국 ITV 드라마 ‘프레스 갱’으로 작가의 길로 들어선 모팻은 시트콤 ‘조킹 어파트’, 드라마 ‘초크’등을 제작했지만 시청자들은 심드렁해했다.

“그래요, 저희도 제작에 실패한 적이 있어요. 누구도 어떤 작품이 사랑받게 될지, 시청자들이 공감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결국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내가 정말로 만들고 싶은 작품인가’ 이것뿐이에요. ‘셜록’ 시리즈가 소수의 마니아층에게만 인기가 있었다면 한국엔 오지 못했을 테지요. 그래도 우리는 자부심을 가졌을 겁니다.”(모팻)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