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불감증 조장하는 철도기관사 음주 기준

입력 2014-05-23 02:31

음주운전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까닭이다. 승용차와 달리 많게는 수천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는 철도 기관사의 음주운전은 더욱 그렇다. 우리가 탄 열차가 만취 기관사의 손에 이끌려 레일을 달린다고 가정해 보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국토교통부는 철도 종사자가 술을 마셨을 때 업무에서 제외돼야 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기준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강화한 철도안전법 개정안을 21일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전불감증을 조장하는 음주 기준이다.

철도 종사자 음주의 심각성은 해마다 지적됐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최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업무 시작 전 실시한 음주 검사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기준치를 넘어 적발된 직원은 57명이나 된다. 연도별로 보면 2009년 6명, 2010년 10명, 2011·2012년 12명, 지난해 17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중 무려 80%가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맡고 있는 기관사나 차량관리자 등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이번에 강화된 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3%는 소주 1잔에 해당된다. 그러면 소주 1잔 정도 마신 상태에서 수천명의 생명을 싣고 달리는 열차를 운행해도 무방하다는 얘기 아닌가. 너무 위험하고 한심한 발상이다.

코레일은 모든 직원이 출근하면 일단 음주 측정을 해 0.01%를 넘을 경우 당일 업무에서 무조건 배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규정에도 ‘극히 미량의 음주 정도는 설마 괜찮겠지’하는 안전불감증이 기저에 깔려 있다. 철도 종사자들의 음주는 상상을 초월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완전히 금지돼야 한다. 특히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사들에게는 단 한 모금의 술도 허용돼서는 안 된다. 한순간의 방심이 자칫 세월호 같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