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어린이책-시랑 먼저 놀거야!] “엄마 여기 와 봐, 구름이 터졌어!”
입력 2014-05-23 02:09
시랑 먼저 놀거야!/강승숙/낮은산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꾸민 지상 시화전이다. 한 쪽 한 쪽 펼칠 때마다 손으로 정성껏 써내려간 시 한편과 함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그림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어디서 찾아냈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동시들이다.
‘안개가 뿌옇게 낀 날//아침에 눈떠 창밖을 보던/다섯 살 내 동생/엄마를 향해 놀라 외쳤다//-엄마, 엄마 여기 와 봐/“구름이 터졌어!”’
장옥관 시인의 ‘안개’라는 작품에 작가는 이렇게 코멘트를 써내려갔다.
“구름이 터졌어, 이 한마디에 코숙이 선생님은 웃음보가 터졌어. 안개를 보고 어떻게 이런 표현이 떠올랐을까. ‘터졌어’를 자꾸 소리 내어 읽으면 구름이 펑 터지면서 구름 가루가 떨어지는 것만 같아. 이렇게 무언가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온 말이 그대로 시가 되기도 해. 친구들도 그런 적이 있을 거야. (중략) 그런 날은 멋진 말을 얼른 주워 담아 공책에 또박또박 쓰는 거야. 그게 시야.”(22∼23쪽)
뭔가 이해하기 어렵고 문학적이지 않은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시가 나와 내 친구의 입말 속에서 살아 튀어나올 것만 같다. 30년 넘게 어린이들과 함께 시를 가지고 놀아온 현직 교사의 내공이 느껴진다.
이원수 권정생 이상교 김용택 등 우리나라 대표 작가들의 시와 정유경 유강희 등 젊은 시인들의 시, 그리고 아이들이 쓴 시까지 32편이 실려 있다. 각 시마다 만화, 그림일기, 콜라주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을 덧댔다. 시장에서 얻어 온 천 조각, 선물 포장지, 쓰레기통에서 주운 과자 상자들이 멋진 작품이 되었다. 문학과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즐겁게 깨트리는 책이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