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솔로 전성기 시절 매카트니… 고뇌와 사랑, 삶을 이야기하다
입력 2014-05-23 03:21
폴 매카트니/톰 도일/안나푸르나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꿨다고 평가되는 전설의 밴드 비틀스. 그 중 가장 활발히 활동해 온 멤버 폴 매카트니(72). 그는 반전 평화운동을 하면서 신화가 된 존 레넌과 비교되면서 ‘상업성 짙은 뮤지션’이란 평가 절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비틀스 해체 후 레넌과 매카트니 사이의 불화, 멤버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팬들에게 미운털도 박혔다.
여기, 매카트니의 항변이 있다. “불화는 누구든 겪는 거죠.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가족과 다투기 마련인데, 우리는 그걸 공개적으로 한 거고요.”
매카트니의 솔로 전성기 시절을 상세하게 정리한 이 책은 비틀스 해체(1970) 이후부터 80년 레넌 피살까지의 시간을 무대로 펼쳐진다. 그가 겪은 뮤지션으로서의 고뇌, 새로운 그룹 윙스의 활동과 해체, 비틀스 멤버들과의 교류, 아내 린다와의 사랑, 그리고 레넌의 피살 소식을 접하던 날의 충격 등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듯 하다. “70년대의 매카트니는 비틀스의 과거라는 유령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음악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수차례 그와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하고 시대 순으로 그의 삶을 엮어냈다. 말하자면 매카트니의 시선으로 풀어낸 네 남자의 이야기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로큰롤 사운드가 귓가에 맴돈다.
그의 특유의 솔직성은 책 전반에서 드러난다. 예컨대 비틀스 해체 후 행보에 대해 매카트니는 이렇게 설명한다. “재결합을 했더라도 일이 잘 풀리진 않았을 겁니다. 그 동안 쌓았던 모든 명성이 다 무너졌을 거예요. 우리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신곡 좀 내고, 비틀스 이야기 끝에다가 새로운 부록이랑 챕터 넣을까요? 그게 얼마나 오래 가겠어요? 아등바등하면 조금 불쌍해 보였으려나?”
비틀스 시절부터 지난해 9월 발매한 앨범 ‘뉴(New)’까지 음반 해설과 연표가 함께 담겼다. 팝칼럼니스트 김경진이 쓴 해설도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비틀스의 대표곡인 ‘예스터데이’ ‘렛 잇 비’ ‘헤이 주드’를 작곡한 매카트니는 99년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제치고 영국 BBC가 뽑은 밀레니엄 최고 작곡가에 선정됐다. 지금까지 매카트니에 관한 책은 국내에 단 한 권도 없었다. 이 두 가지 사실 만으로도 매카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볼 가치가 있다. 28일로 예정됐던 매카트니의 첫 내한공연이 취소되면서, 실망감에 휩싸였을 팬들을 달래기에도 부족하지 않다. 김두완 이채령 옮김.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