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명작·명곡과 친해지기…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

입력 2014-05-23 02:31


위대한 미술책/이진숙/민음사

이런 그림이 있다. 갤러리에 걸린 그림을 구경하는 사람들. 그들의 태도는 짐짓 진지해 보인다. 그들이 보는 캔버스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색이다. 생뚱맞게도 갤러리 한켠에는 카펫을 물어뜯고 있는 코요테가 있다. 사람들 시선에서 벗어난 곳에는 쓰러진 사람의 손과 중절모가 있다.

서상익의 유화 ‘길들여지지 않기’(2011)다. 이 유화는 그림 꽤나 안다는 사람들에게 은근히 불편함을 준다. 그림 속 관람객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까 고민하게 만든다.

‘위대한 미술책’의 저자 이진숙은 이 그림을 통해 “관람객의 미덕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그림 속 관람객들처럼 미술관에 걸린 작품이니까 으레 좋을 것 같아서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묻는다.

이 그림 속 관람객들처럼 클래식 음악이건 미술 작품이건 예술을 향유하려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렵다’는 것이다. 두 권의 책, ‘위대한 미술책’과 ‘더 클래식’은 음악과 미술 감상 초보자들이 두려움 없이 예술 감상의 길로 입문할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일러준다.

‘위대한 미술책’은 미술에 관심이 있어 관련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야 할 책들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알아야 할 ‘미술 생태계’를 포괄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고흐, 고갱 등의 작가 이야기와 함께 곰브리치, 에코, 손택, 진중권 등 동서고금의 학자가 쓴 서양미술사나 한국미술사, 미학서, 비평서 등을 개괄하며 다소 어렵더라도 꼭 알아야 할 지식의 세계로 흥미롭게 인도한다. 미술시장과 컬렉터 이야기까지 담아냈다.

특히 작가 이야기에서 고흐, 고갱, 피카소 등 미술사에 획을 그은 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소개한 게 눈길을 끈다. 가령 1934년 어빙 스톤은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로 고흐에 대해 ‘불우한 천재 예술가’에서 ‘미치광이’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붙이는데 성공했다.

반면 잔혹연극으로 유명한 앙토냉 아르토는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를 통해 “고흐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천한 무리들 때문’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고 역설한다.

이처럼 미술계의 다양한 시각을 소개하기 위해 저자는 62권의 명저를 골랐다. 여기에 저자의 통찰력 넘치는 해설과 86장에 이르는 화보는 ‘미술 공부’의 재미를 더해 준다.

더 클래식/문학수/돌베개

‘더 클래식’의 저자는 어떤 곡, 어떤 음반을 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팔을 걷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부터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6번 F장조’까지 바로크 후기∼낭만주의 초기의 클래식 걸작 34곡을 담아냈다. 저자는 곡에 담긴 사연과 음악가 개인의 기질, 당시 음악가가 처해 있던 상황, 사회적 배경을 두루 설명한다.

음악을 들을 때 일반인들이 놓칠 수 있는 대목들을 짚어 내거나 각 곡에 담긴 기본적인 정서까지 전달하고 있다.

각 장 뒤엔 해당 곡의 추천 음반을 3장씩 엄선해 소개하고 있다. 역사적 명연부터 실력파 연주자의 명반까지 총 100여 장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