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교계 자원봉사자들 ‘세월호’ 슬픔 함께 35일 과로·스트레스로 입원까지

입력 2014-05-22 02:35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을 위해 자원봉사활동을 진두지휘하던 목회자가 과로와 정신적 충격 등으로 20일 넘게 입원 중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쾌유를 위한 한국교회의 기도와 더불어 세월호 참사로 부쩍 늘어난 교계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 대한 점검도 요구되고 있다.

전남 진도군교회연합회(진교연) 회장인 문명수(51·진도 만나교회) 목사는 지난달 28일 밤 진도 자택에서 광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문 목사가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보여 아내인 김금숙(48) 사모가 119를 부른 것이다.

김 사모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사고가 난 직후 진교연 중심으로 자원봉사팀이 꾸려진 뒤로 문 목사는 식사도 거의 못하고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면서 “일주일쯤 지나면서부터는 집에 와서도 몹시 불안해하며 왔다 갔다 하는 등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갈수록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3주 넘게 입원 중인 문 목사는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병원 측은 뇌 검사 등 각종 검사에서 문 목사로부터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안정을 취하라고 권고했다. 과로와 스트레스, 또는 사건·사고의 당사자가 아닌데도 간접 경험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빠지는 ‘대리외상증후군’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진도 현지 목회자 등에 따르면 문 목사뿐 아니라 현지에서 활동하는 교계 자원봉사자들도 체력 고갈과 피로 누적, 심리적 불안 등을 겪고 있다. 사고 발생 35일째인 이날에도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 앞에는 ‘기독교 자원봉사 부스’가 차려져 있다. 예장 합동과 통합 등 5개 교단 소속 교회 목회자들이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부스를 24시간 지킨다. 이들은 매일 오전 예배를 집례하며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들, 잠수부들 등을 위해 음식 제공과 운전, 청소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진도제일교회 문현성 목사는 “문명수 목사의 경우 세월호 사고 직후 매일 수차례씩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을 오가면서 실종자 가족들을 대했다”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텐데 거의 내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교연 회장을 지낸 진도 칠전교회 전정림 목사는 “사고 한 달이 넘어가면서 실종자 가족들처럼 봉사자들도 지쳐가는 모습이 역력하다”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고에다 장기간 봉사활동이기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준비와 휴식을 겸한 자원봉사활동을 강조한다. 그저 측은하고 안쓰러운 마음만으로 나섰다가는 봉사자마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세로뎀정신건강의학과의원 최의헌 원장은 “사람마다 아픔이나 고통을 견디는 수준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계속 봉사 현장에 머물기보다는 현장 밖을 수시로 오가면서 자신의 심신을 지켜내야 한다”면서 “봉사활동에 앞서 자기 검증을 충분히 거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 위주로 봉사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