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겔브 前 편집국장 별세 ‘NYT의 역사’ 역사속으로
입력 2014-05-22 02:19
미국 뉴욕타임스(NYT)에서 45년간 재직하며 이 신문을 오늘날 세계적인 유력지 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아서 겔브 전 편집국장이 20일(현지시간)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뉴욕타임스는 겔브가 뇌졸중 합병증으로 맨해튼 자택에서 사망했다는 유족의 발언을 전하며 “뉴욕타임스의 사회·문화 보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현대화 시기에 뉴욕타임스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 뉴욕타임스 회장 겸 발행인도 애도 성명을 내고 “그는 우리 저널리즘에 대단한 에너지와 식견을 줬다”고 말했다.
겔브는 1924년 3월 체코슬로바키아 이주민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나 스무 살이던 44년 뉴욕타임스에 원고 심부름꾼으로 입사했다. 문화 전문기자, 사회면 편집장, 편집국장 등을 거치며 89년 은퇴할 때까지 큰 족적을 남겼다.
60년대에는 우디 앨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레니 브루스 등 배우들에 대한 문화 비평을 썼다. 그는 아내 바버라와 함께 62년 400여명을 인터뷰해 미국의 유명 극작가 유진 오닐의 전기를 출간하기도 했다. 67∼78년 사회 담당 편집장으로 재직하면서는 경찰 부패를 집중적으로 다뤄 뉴욕경찰 개혁의 계기를 마련했다.
초년병 기자이던 45년 7월 B-25 폭격기가 짙은 안개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충돌했을 당시 부상자들이 이송된 벨레뷰 병원에서 간호사들을 인터뷰한 유명한 일화도 있다. 그는 “응급실에 들어가 간호사들에게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내가 어리고 경험이 없어 간호사들이 측은하게 여겼던 탓인지 부상자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생생하게 설명해줬다”고 회고하며 기자의 미덕으로 ‘순진함’(naivete)을 꼽기도 했다.
겔브는 분야별 섹션도 처음 도입했다. 1970년대 ‘스포츠 먼데이’ ‘사이언스타임스’ ‘주말’ ‘주택’ 등 특별 섹션을 고안했다. 다른 신문들도 뉴욕타임스를 따라 별도 섹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은퇴 후 뉴욕타임스 재단 대표와 타임스 대학 장학 프로그램 대표 등을 맡았다. 아들 피터 겔브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총감독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