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도대체 어느 나라 역사관?

입력 2014-05-22 02:03


[친절한 쿡기자] 부산시민공원 역사관이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모양의 장식으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2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붉은색과 흰색 선이 전등을 중심으로 뻗어 원형의 중심부를 감싸는 형태로 그려진 부산시민공원 역사관 천장 장식을 놓고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그동안 불거진 욱일기 논란은 애매한 모양이나 색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욱일기와 색상이 일치하고 모양이 유사한 탓에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욱일기는 제국주의 시절 일본이 사용한 전범기입니다.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마찬가지로 군국주의와 침략의 상징이죠.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할 시설인 역사관에서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보이는 욱일기 모양의 장식은 반감을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비난은 운영기관인 부산시를 향하고 있습니다. 개관을 앞두고 시 관계자 가운데 누구 한 명이라도 관심 있게 검토하고 심사했으면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았을 논란이라는 겁니다. 역사관은 1949년 건립된 주한미군의 장교클럽 건물이었습니다. 미군 주둔지였던 부지를 부산시민공원으로 바꾸고 지난 1일 시민에게 개방하면서 역사관도 문을 열었죠. 건립 과정에서 미군이 그렸던 천장의 장식을 그대로 보존했다는 게 시의 설명입니다. 시 관계자는 “미군의 문양과 성조기의 붉은색 선이 형상화된 것으로 욱일기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달랐습니다. SNS 이용자들은 “고개만 들어도 무언가 이상한 점을 알 수 있는데 공무원은 검토 과정에서 무얼 한 것인가” “우리 국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욱일기의 의미를 공무원만 모르는 것인가” “역사적인 상징물을 그대로 보여줄 목적이면 장식이 아닌 전시를 하는 편이 나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는 비난 여론이 계속될 경우 문제의 장식에 대한 해체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길 때쯤에는 이미 여론의 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겠죠. 이번에도 공무원이 시민보다 한발 늦었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