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英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초청 술탄·잠비나이·최고은… “빛나는 무대 보여드려야죠”
입력 2014-05-22 02:01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다양성이에요. 이번에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고려된 것 같아요. 한국적인 느낌과 함께 색다른 것들을 선보이는 저희들의 무대가 매력으로 비춰진 것 아닐까요.”(잠비나이)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이하 술탄)와 잠비나이,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다음달 25∼29일 영국 음악 축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됐다는 소식에 가요계가 술렁이고 있다. 올해로 44회를 맞은 이 축제는 유료 관객 18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뮤지션들에겐 ‘꿈의 무대’로 통한다.
한국인 최초로 ‘국가대표’의 자격으로 유럽 관객들을 만나게 될 이들을 21일 서울 마포구 동교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고은은 해외 공연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다. 술탄은 디스코 장르의 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록 밴드. 잠비나이는 피리, 거문고 등 전통악기로 록, 재즈 등을 구사하는 크로스오버 밴드다.
술탄의 보컬 나잠(본명 나진수)은 “목표로 삼을 수도 없었던 대형 무대에 선다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며 “수십만명을 보는 순간 (긴장돼) 공연을 망쳐버릴까 걱정도 된다”며 떨리는 마음을 표현했다. 잠비나이에서 기타, 태평소 등을 맡고 있는 이일우는 “대중적이지도 않고, 전통악기를 사용하는 팀인데 해외에서 우리를 알고 불러준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며 “비주류 음악을 하는 많은 뮤지션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글래스톤베리 행은 지난해 울산에서 열린 월드뮤직 페스티벌 자리에서 논의됐다. 당시 현장을 방문했던 글래스톤베리 축제 관계자가 이들의 무대를 눈 여겨 보고 섭외를 시작한 것. 세계적인 축제 관계자가 K팝에 관심을 갖고 한국을 방문, 이들의 음악에 매료됐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돌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가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잠비나이는 글래스톤베리 실버 헤이즈 존에서 다음달 27일 낮 12시, 최고은은 29일 낮 12시, 술탄은 27∼29일 새벽 1시 무대에 오른다.
“그간 거문고를 보고 고토(일본 현악기), 또는 중국 것으로 오해하는 외국인 분들이 많았어요. 우리나라 뮤지션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실력을 갖추고 있어요. 관객들에게 ‘한국이라는 음악을 잘 하는 나라가 있다’는 것만 알릴 수 있어도 좋겠어요.”(잠비나이)
“이왕 하는 거 차라리 괴짜처럼 보였으면 해요. 진짜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좋은 컨디션과 환경, 기분이 잘 맞아 떨어지면 제정신이 아닌 폭발적인 무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발광. 무대에서 빛을 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술탄)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