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유병언 검거’ 위해 구원파와 연일 수싸움…‘뒷북’ 굴욕 참고 수색
입력 2014-05-22 04:27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을 쫓고 있는 검찰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와 연일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조속한 검거’와 ‘불상사 없는 수사’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구원파 내부 협조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일종의 정보·심리전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검찰이 유 전 회장의 신병확보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구원파 측의 ‘떼쓰기’ 전략에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지 하루 뒤인 21일에야 금수원에 진입했다. ‘빈집 턴 것 아니냐’는 굴욕을 감수하고 뒤늦게 취한 조치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 주임검사인 정순신 특수부장과 검거전담팀을 맡고 있는 주영환 외사부장이 현장에서 구원파 신도들의 안내를 받아 압수수색을 지휘했다. 금수원 외곽에는 경찰관 500여명이 배치돼 도주자 통로와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다. 나머지 경찰관 700여명은 2차 방어선에서 대기했다.
검찰은 구인장을 집행해 유 전 회장의 도피의혹을 명백히 하고 추적에 필요한 단서와 자료를 확보할 필요성, 장남 대균(44)씨가 은신해 있을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시기를 세밀하게 검토해 왔을 뿐이지 금수원 압수수색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인장 유효기간이 22일 끝나는 만큼 법원이 유 전 회장 없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 부자(父子)가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 여러 곳을 물망에 올리고 하나씩 확인해 가는 일종의 ‘소거법(消去法)’ 전략을 세우고 있다. 유 전 회장이 금수원 외부에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검찰로서는 금수원에 대한 확인작업이 필요했던 셈이다.
문제는 구원파의 협조였다. 검찰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오대양 사건은 구원파와 무관하다”고 수차례 언급하며 구원파 달래기에 나섰다. 구원파로서는 계속 금수원 진입을 막을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검찰이 구원파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종교탄압이나 표적수사 명분도 약해졌다는 평가다. 검찰은 강제진입 시 예상됐던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는 플래카드를 걸고 농성하던 금수원은 이날 검찰 진입을 허용한 뒤 ‘우리가 남이가’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검찰은 구원파 내부에서 유 전 회장의 자진출두를 지지하는 온건파를 확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구원파 내부와 연결된 휴민트(정보원)가 가동 중”이라며 “여러 인력을 통해 제보가 쌓이면 검거시점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해외로 도피해 잠적한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42)씨와 장녀 섬나(48)씨, ㈜한국제약 김혜경(52) 대표, ㈜다판다 김필배(76) 전 대표에 대해 여권발급 거부처분을 내리고 미국과 프랑스에 있는 이들 주소지에 여권반납 명령을 송달했다. 여권반납 명령이 2차례 이상 반송되면 여권의 효력이 사라진다.
인천=전웅빈 기자, 안성=김동우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