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싸우자’던 구원파, 오대양과 무관 확인에 빗장풀어
입력 2014-05-22 02:37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이나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병언 전 회장이 빠져나간 뒤에 들이닥친 압수수색은 맥 빠진 현장검증과도 같았다. 유 전 회장의 행방은 검찰을 희롱하듯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검찰이 오랜 신경전 끝에 21일 구원파의 ‘성지’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진입했다. 그동안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는 플래카드를 걸고 농성하던 금수원은 이날 검찰 진입을 허용한 뒤 ‘우리가 남이가’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오전 11시30분쯤부터 경찰은 30여대의 버스를 투입해 금수원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곧이어 버스에서 내린 기동타격대가 방호복을 입은 채 방패와 곤봉 등을 들고 입구에 도열했다. 정오에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 70여명이 승용차 1대, 승합차 4대, 25인승 미니버스 1대, 호송버스 1대 등 모두 7개 차량에 나눠 타고 금수원 내부로 진입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의 정순신 특수부장과 검거전담팀을 맡고 있는 주영환 외사부장이 구원파 신도들의 안내를 받아 현장에서 압수수색을 지휘했다. 금수원 외곽에는 경찰관 500여명이 배치돼 도주자 통로와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다. 나머지 경찰관 700여명은 2차 방어선에서 대기했다.
수백명의 신도들은 금수원 입구 주변으로 줄지어 앉아 검찰의 압수수색 현장을 지켜봤다. 하늘에는 경찰 헬기와 헬리캠 여러 대가 금수원 상공을 돌며 내부를 감시했다. 기동타격대 300여명은 금수원 정문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는 구급차 20여대와 화재진압용 차량, 소방헬기 등 장비 30여대를 대기하고 불상사에 대비했다. 그러나 정문을 지키고 있던 신도 400여명이 검찰에 길을 터주면서 우려했던 신도들과의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앞서 구원파 신도 400여명이 오전 6시쯤부터 금수원으로 모여들면서 금수원 안팎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전 8시쯤 조계웅 금수원 대변인이 “오대양과 5공 비리 등이 구원파와 상관없다는 것을 검찰이 온전히 발표해 주지 않았다”고 발표한 뒤 대변인 직을 사퇴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신도들의 집회를 이끈 사회자는 이날부터 건장한 남성들을 입구 근처로 배치했고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끝까지 싸우자”며 독려했다. 이어 입구 주변을 가득 메운 신도들은 “끝까지 싸우자 오대양과 기독교복음침례회 유병언은 무관하다”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고조된 긴장은 오전 11시 금수원 측이 검찰의 진입을 허용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해소됐다. 새로 선임된 이태종 금수원 대변인은 신도들 앞에 나와 “유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가 오대양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검찰의 공식적 통보를 받았다”며 “그동안 유 전 회장의 인간방패로 오해받으며 몸으로 투쟁한 저희의 투쟁을 물리치겠다”고 밝혔다.
일부 신도가 “왜 들어와야 하나” “원통해서 못 받아들이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이 대변인은 “유 전 회장이 나쁜 분이 아니었고, 모범적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신철하고 살았다는 것을 증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성=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