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현장 6·4 지방선거 (13) 인천시장] “서민 돌보는 시장 뽑고 싶은데”… 비방전 과열에 표심 냉랭
입력 2014-05-22 03:34
친박 핵심이자 박근혜정부 실세 장관 출신의 여당 후보와 야권의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현 시장이 벌써부터 대격돌 중인 인천시장 선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의외로 차가웠다. 인천의 가장 큰 골칫덩이인 재정 적자와 송도국제도시 문제 등 서민들이 체감하는 현안을 해결할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면 정치 성향은 관계없다는 식이었다. 그런데도 서로 비방전만 벌이는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의 대결 양상 자체가 보기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인천 효성동에 사는 주부 이남희(58)씨는 21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자 제일 먼저 “전 시장이 송도국제도시만 챙기고 구(舊)도심을 돌보지 않다 4년 전 선거에서 떨어졌는데, 지금 시장 후보들도 여전히 신도시가 어떻고 하며 장밋빛 미래만 언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가난한 서민들을 돌보는 시장을 뽑고 싶은데 잘 보이지가 않는다”고도 했다.
인천국제공항이 자리 잡은 운남동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는 “영종도에서 시내로 나가는 대중교통편이 정말 불편하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공약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토로했다.
여야 두 후보가 시 재정 부족으로 중요한 복지서비스 일부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불만도 상당했다. 최숙자(45·여·만수동)씨는 “누가 시장이 되든 사회복지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용구(53·용현동)씨는 “실업 문제를 어떻게 할지 두 후보를 보면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유·송 두 후보가 서로 “인천이 내 고향”이라고 싸우는 모습을 보는 시각도 냉랭했다. 유 후보는 국회의원과 장관직까지 버리고 인천 고향 사람들의 부름을 받들겠다며 ‘진짜 인천사람론’을 내세우고 있다. 송 후보는 일찌감치 인천으로 이사와 딸·아들이 다 인천에서 초·중·고교를 나왔다며 “인천이 큰 인물을 키워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시민들 가운데는 이미 지지후보를 정한 사람들도 많았다. 김모씨는 “유 후보의 고향인 동구를 중심으로 중구, 옹진군은 보수층이 결집했다. 코앞에 닥친 인천 아시안게임 성공을 위해서라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를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다른 시민은 “송 후보가 전 시장이 거의 파산상태까지 만들어놓은 시 재정을 그나마 안정시켰다. 송 후보한테 힘을 보태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상당수는 이제 막 본격화된 선거전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반응이었다.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시만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힘을 끌어올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고, 송도국제도시를 중심으로 인천을 대한민국 서비스산업의 성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구월동에 사는 오현옥(50·여)씨는 “아직 두 후보에 대해 잘 아는 게 없지만 공약을 꼼꼼히 보고 지지후보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송 후보는 “유 후보가 전날 한국노총 중앙위원회 임원과 면담하는 자리에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이 배석했다”고 주장했다. 송 후보 측은 행정관의 행사 참석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며 “청와대 행정관이 직접 나서서 여당 후보를 지원한 것은 국기문란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청와대는 선거개입 논란이 거세게 일자 해당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새정치연합은 또 경찰이 시장 재임 시절 실시한 ‘인천 시정 모니터링 여론조사’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송 시장 측근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정치 경찰은 선거 개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새정치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이미 선거관리위원회가 경미한 사항으로 판단해 종결 처분한 사건으로 선거 판세를 바꾸려는 정치적 술수”라며 “청와대를 비롯한 모든 정부 부처와 공직자는 관권선거 중단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유 후보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부패하고 무능한 시장이냐, 아니면 깨끗하고 힘 있는 시장이냐를 선택하는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엄기영 기자,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