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원안+α 제정 급물살… 세월호 참사로 官피아 척결 여론 높아져
입력 2014-05-22 03:43
3년 가까이 미뤄온 ‘김영란법’ 제정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틀 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선언하자, 여당이 그동안 반대하던 야당안을 전부 받아들이겠다고 입장을 확 바꿨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1일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일명 김영란법)’을 이번 주 내 심의키로 했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여야 정무위 간사들이 23일 법안소위를 열어 해당 법안을 심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2012년 8월 처음 입법예고했던 이 제정안은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을 경우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로 인해 제안 당시부터 관료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8월 처벌 요건이 완화된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9개월간 제대로 심의조차 열지 못한 채 방치됐다. 정부안이 직무관련성이 있을 때만 형사처벌하고 관련성이 없으면 과태료 및 징계 처분하는 등 처벌 수위가 대폭 낮춰지자 야당이 강력히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정부입법안 통과를, 새정치민주연합은 원안 통과를 각각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 요구가 각계에서 거세게 이어지고, 박 대통령도 관련 법률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여당이 더 이상 처벌 수위를 낮춘 정부안 통과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됐고, 결국 김영란법은 원안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가성이 없어도 공무원의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해 앞으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지장이 되는 사람이라면 가차 없이 도려내야 한다”며 “원안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중앙당·시도당선대위 연석회의에서도 “대통령 담화를 뒷받침하는 입법 조치를 아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용태 의원 역시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직사회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라면 정부안이아니라 김영란 원안, 야당안 등 모조리 다 받아들여서 6월에 입법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와 더불어 처벌 대상 금품수수 액수를 대폭 낮추고,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하는 등 오히려 원안보다 더 처벌조항이 강화된 법안의 통과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자 야당도 반겼다. 새정치연합 민병두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할 수 있다면 이달 안에 상임위 처리까지 하려고 한다”며 “정치인 입장에서는 많은 청탁으로부터 벗어나는 면이 있어 미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을 다루는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제정안 내용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경우 정무위는 이르면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