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개성공단 방문… “아픔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입력 2014-05-22 04:33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인 염수정 추기경이 21일 개성공단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환했다. 우리나라 추기경의 첫 방북이라는 점에서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주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염 추기경은 이날 오후 5시20분쯤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갖고 “남과 북이 함께 화합하는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아픔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개성공단까지 60㎞ 남짓한 거리다. 이 짧은 거리를 얼마나 멀게 살고 있는가 많이 느꼈다”며 “선의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며 진실로 노력한다면 평화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오전 6시20분쯤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을 떠나 방북단과 함께 CIQ로 향했다. 이번 방북길에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정세덕 신부 등 8명이 동행했다.
오전 8시30분 CIQ를 통과해 개성공단을 방문한 염 추기경은 8시간 가까이 머무는 동안 공단관리위원회로부터 개성공단 운영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수자원공사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봤다. 또 부속병원과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을 방문했다. 염 추기경은 천주교 신자인 임·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격려의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까지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을 흡수통일 구상이라고 비난하며 막말 수준의 대남 비방에 열을 올렸던 걸 감안하면 이번 방북 허용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말 염 추기경의 방북이 추진됐을 때 북한은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남 비방 수위도 점차 낮추고 있고 이번 방북 허용을 통해 남북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광복절에 박 대통령의 새 대북 메시지가 나올 경우 교황 방한을 전후해 남북관계도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대남 위협 수위를 크게 높인 데다 4차 핵실험 카드도 여전히 살아 있어 염 추기경의 방북이 남북관계 흐름을 단기간에 돌려놓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염 추기경의 이번 방북이 교황의 방북 일정을 조율하기 위한 사전 답사 성격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사전 답사는 전혀 아니라고 부인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