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된 임진강… 농업용수 어쩌나

입력 2014-05-22 03:26


경기도 파주 지역 농민들이 한창 모내기를 해야 할 시기에 모를 심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임진강 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탓에 바다에서 물이 흘러들어와 강물의 염분 농도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긴급자금 5억원을 지원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지역에서 모내기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이달 15∼25일 사이다. 이미 적기가 지나고 있지만 농민들은 아직도 모를 심지 못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강수량 탓이다. 올해 경기 북부 지역 강수량은 96㎜로 평년(203㎜)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북한에도 가뭄이 들어 임진강 상류에 있는 북한 황강댐에서 들어오던 물의 양마저 줄었다. 초당 20t씩 흐르던 물의 양은 5t 정도로 급감했다.

강수량 부족은 임진강 물의 염분 농도를 높였다. 평소 임진강 물이 충분할 때는 염분 농도가 농업용수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낮아지지만 올해는 염분 희석이 제대로 안 된 것이다. 밀물 때 서해 바닷물이 양수장까지 밀고 올라오면 염분 농도는 더 높아진다. 이로 인해 파주 지역 5173㏊(공덕·임진·대단위 양수장 급수 구역)의 염분 농도는 최대 3000ppm까지 치솟았다. 어린모의 생육 한계치(500ppm)보다 6배 높은 수치다.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8700여 가구 중 실제 피해를 본 가구는 1000여 가구에 이른다. 기상청은 다음 달 중순까지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늘만 바라보던 농민들은 정부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1일 “현장에 가보면 임진강의 수위가 평상시 절반 이하로 낮아져 있다”며 “모내기 시기를 놓친 뒤 다른 작물로 대체해 심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일년 농사를 망치는 농민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파주 지역에 영농급수 대책비 5억원을 긴급 투입했다. 상류지역의 대단위 양수장에서 물을 더 많이 끌어 쓸 수 있도록 송수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물의 양이 줄면서 양수장 유입부에 드러난 흙더미를 치워 물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했고,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 시설인 관정도 추가 설치했다. 파주시는 모내기를 못한 농민들을 위해 대체 못자리 100㏊를 준비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비용은 국고 4억원, 지방비 1억원으로 지원한다”며 “급수 대책의 시급성을 감안해 대책비를 조기에 집행했고 가뭄 피해 방지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