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전산시스템 교체놓고 갈등 증폭

입력 2014-05-22 03:23

KB금융지주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항간에 떠도는 ‘갈등설’은 부정하면서도 임영록 KB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임 회장은 21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행장이 이사회 결정 사안을 번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건은 은행과 이사회 간의 문제지 회장과 행장 간 문제는 아니다”며 갈등설을 일축하면서도 “이사회 의결이 정해지면 존중돼야 하고 CEO는 이사회 결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사회는 전산시스템을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하기로 의결했다.

임 회장은 “(전산시스템 변경에 대해서는)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결정을 위해 충분히 논의됐을 텐데 그 결과를 외부기관에 의뢰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 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이 금융감독원에 감사를 요청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이 행장 역시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행장은 “지금 넘어간다고 해도 나중에 감독당국에 보고서가 올라가면 문제가 제기될 만한 부분이 발견돼 이를 보고한 것”이라며 “전산시스템 교체를 미루더라도 의혹 없이 가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이사회 보고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진실하지 않은 점이 감사결과 드러나 이사회에서 논의하자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금감원 보고가 정당한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앞서 20일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 전환에 대한 이사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른 불확실성 증폭으로 업체들이 참여를 망설이면서 사실상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1일 마감된 유닉스 시스템 공급업체 입찰에 SK C&C만 입찰제안서를 냈다. 이에 국민은행은 업체 모집을 5일 연장할 예정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에 이어 KB지주에 대해서도 20일 특별검사에 돌입했다. 19일엔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정 감사가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금융당국이 국민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갈등이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술함을 외부로 표출한 것으로 보고 특별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