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퇴역군인 40명 입원 대기기간 사망 ‘보훈병원 스캔들’ 정치권 강타

입력 2014-05-22 02:59

‘오바마 케어’ 홈페이지 가입 차질에 따른 혼란을 가까스로 수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또 다른 대형 악재를 만났다. 이른바 ‘보훈병원 스캔들’이다.

CNN방송을 비롯한 미국 언론은 최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보훈병원에서 퇴역군인 40여명이 입원 대기 기간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훈병원은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높은 점수를 받는 평가시스템을 의식해 실제 예약 환자가 많이 밀려 있었지만 대기 기간이 짧은 것처럼 의도적으로 조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회원 240만명의 미 재향군인회는 에릭 신세키 보훈부 장관의 사임을, 공화당은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사건의 파장을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BS방송 대담프로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도 격노했다”며 화난 여론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려 애썼던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20일에는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성 방문을 받고 진땀을 빼야 했다. 로버트 펫젤 보훈부 차관은 사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롭 나보르즈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21일 40여명이 사망한 피닉스를 방문해 진상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백악관이 직접 대응에 나설 만큼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번 스캔들이 중간 선거에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오바마정부의 무능력이 또 드러났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릭 캔터(버지니아주)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이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사태를 알았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며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과 민주당이 전전긍긍하는 데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상원마저 공화당이 과반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역 군인과 참전 군인들까지 등을 돌릴 경우 승산이 거의 없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만간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