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 中·러시아 “美·日 동맹에 맞선다” 도전장
입력 2014-05-22 04:24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아시아 안보는 아시아 국가의 손으로’를 강조하면서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를 아시아지역 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력기구로 만들자”고 공식 제안했다.
중국 상하이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제4차 CICA 정상회의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회의는 ‘상하이 선언’을 채택한 뒤 이틀간 일정을 마쳤다. 상하이 선언에는 아시아지역 안보협력체 구축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CICA 정상회의를 양국 간 ‘찰떡 공조’를 과시하는 기회로 활용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CICA와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아시아 안보협력체 구상을 뒷받침하듯 20일 오전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드미트리 메젠체프 SCO 사무처장은 서명식 뒤 “두 기구는 앞으로 밀접하게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가 전했다. SCO는 중국이 주도하는 지역안보협의체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주로 참가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11개국 국가원수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포함한 46개 국가와 국제조직 지도자들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서방 주요 7개국(G7)은 참가하지 않은 데다 아시아 2위 경제대국인 일본도 옵서버일 뿐이다.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필리핀도 회원국이 아니다.
더욱이 일본은 이달 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아베 독트린’을 발표해 집단자위권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중국 견제에 나설 것이라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실제로 이번에 중국과 러시아는 동중국해에서 ‘해상연합-2014’ 훈련을 실시하고 양국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최고의 밀월관계를 자랑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중·러 정상회담과 양국 연합해상훈련 개막식 등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중·러가 정상회담 뒤 채택한 공동성명이 전한 분명한 메시지는 “양국이 힘을 합해 미국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가들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의 견제를 당하는 중국의 입장이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양국은 21일 10년 넘게 끌어온 대규모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과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 간 체결된 계약에서 러시아는 중국에 향후 30년 동안 연 380억㎥의 가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중국 소비량의 23%에 이르는 수치다.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30년간 전체 규모가 4000억 달러(약 410조2000억원) 정도”라며 “가스프롬이 체결한 최대 규모의 계약”이라고 밝혔다. 발표된 가스 공급량과 전체 계약 규모를 역산하면 1000㎥당 350달러에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추산돼 유럽에 대한 평균 가스 공급가인 1000㎥당 380달러보다 상당히 낮은 것이다.
이와 함께 양국은 최첨단 전투기 Su(수호이)-35S 거래계약을 체결하고 Mi-26 중형 수송헬기의 중국 내 생산도 협의 중이다. 양국이 합작사업에 투자하는 금액은 2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의 러시아문제 전문가 리리판은 “미국에 대한 의심이 양국으로 하여금 ‘준동맹 관계’를 구축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