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금이야말로 公僕들 존재감 발휘할 때
입력 2014-05-22 02:31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길, 구국의 신념으로 최선 다하길
박근혜 대통령이 해양경찰청 폐지를 포함한 정부 조직의 개편을 천명한 이후 관료는 영원하다던 일부 공직자들이 일손을 놓다시피 하고 한숨만 쉰다고 한다. 전체 공무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 등에선 일은 안 하고 삼삼오오 모여 불안감을 털어놓으며 시간만 보내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이래서는 정말 나라의 미래가 없다.
직격탄을 맞은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뿐 아니라 민간인들이 공직에 대거 수혈될 것이란 전망 속에 다른 부처 공무원들마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부처가 공중분해된다 해도 어차피 국가공무원법상 신분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직업공무원들이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을 우리 국민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흔들리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지금의 공직사회 위기는 그들이 자초한 만큼 어떠한 변명도 궤변도 통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 공무원은 말로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복(公僕)이라고 외치지만 실제로는 국민 위에 군림하며 반세기를 버텨오지 않았는가. 정보를 독점하고 서로 도울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계급의식에 젖어 일을 아래로만 내려 보내는 악습을 되풀이했다. 그 결정판이 바로 세월호 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어차피 공무원을 비롯한 관료사회의 개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마당에 현 정권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다가는 더한 상황을 맞이 할 수도 있다. 이제 대통령이나 장관이 공직사회를 봐준다고 해도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지금이야말로 성실한 자세로 열심히 일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때다.
특히 차기 국무총리 인선 이후 장관 임명까지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국회 청문회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행정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짙다. 장관 없이 차관이 중심이 돼 국정을 이끌어야 할 시기가 적어도 한 달 이상은 될 것이란 말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각종 정책을 수행하고 예산을 집행해야 할 공무원들이 팔짱을 끼고 있다가는 국정마비 상태를 초래해 더 큰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처럼 어려운 관문인 공무원 시험 등을 통과한 정통 공무원들의 자질은 민간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 단기간의 압축성장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것은 누가 뭐래도 공무원들의 노력이 컸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집단이기주의로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다.
대형 사고는 방심과 나태라는 악마를 통해 슬금슬금 스며든다고 한다. 우리 공무원들이 비난 여론 때문에 풀이 죽어 할 일을 내팽개친다면 세월호 참사보다 더 큰 비극이 닥칠지도 모른다. 세월호 이후 봇물 터지듯 발생한 지하철 사고 등이 이를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이야말로 공직자들은 본연의 존재감을 발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