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염원 안고 임진강 철교 달린다… 코레일 ‘DMZ 트레인’ 첫선

입력 2014-05-22 02:05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특별한 땅으로 떠나는 열차가 기적을 울린다. 서울역을 출발한 ‘평화열차 DMZ(비무장지대) 트레인’의 종착역은 경기도 파주의 도라산역이다. 경의선 복원사업으로 2002년 문을 연 도라산역은 북쪽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역이자 북으로 가는 첫 번째 역으로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내에 위치하고 있다.

코레일이 지난 4일부터 운행 중인 DMZ 트레인은 3량으로 구성된 하얀색 꼬마열차로 통근용 디젤전동차를 개조해 만들었다. 1호차 평화실(48석)의 외관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미카 모델 증기기관차를 모티브로 단장했고, 2호차 화합실(40석)과 3호차 사랑실(48석)의 외관은 손을 맞잡은 사람들이 그려져 화합과 평화를 상징한다.

DMZ 트레인의 내부는 전쟁, 생태, 기차를 테마로 150여 장의 사진이 전시돼 사진갤러리도 겸하고 있다. 각 객실의 영상모니터에는 달리는 열차 앞뒤의 바깥 풍경이 주마등처럼 흐른다. 2호차 카페방송실에서는 군용건빵, 전투식량, 주먹밥, 끊어진 철조망 등 테마상품도 판매한다.

월요일과 주중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두 차례(오전 8시30분·오후 1시40분) 서울역을 출발하는 DMZ 트레인은 능곡역과 문산역을 거쳐 임진강역에서 잠시 정차한다. 민통선에 위치한 도라산역을 방문하려면 임진강역에서 내려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라전망대, 제3땅굴 등을 관람하려면 임진강역에서 안보관광 신청을 해야 하고, 도라산역만 둘러보고 올 경우에는 안보관광을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민통선은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므로 반드시 타고 간 열차를 타고 임진강역까지 나와야 한다.

분단의 현장인 임진강역을 출발한 DMZ 트레인은 이내 민통선 철조망을 통과해 북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오른쪽 차창으로 한국전쟁 때 국군포로 1만2000여 명이 남으로 돌아올 때 건넜던 자유의 다리가 스쳐 지나간다. 순간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열차가 임진강 철교에 진입한다. 실향민들은 열차가 덜컹하는 소리에 가슴이 울컥한다고 한다. 북녘에 두고 온 가족과 고향을 떠올리기 때문이리라.

차창 밖으로 한국전쟁 때 파괴돼 교각만 남은 구 임진강 철교 교각이 그날의 아픔을 증언하듯 폭격당한 모습 그대로 60여 년 세월을 지키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임진각 관광지를 찾은 외국인이나 일부 내국인들이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임진강 북쪽 지역을 북한 땅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진강 북쪽 지역에 대형 태극기를 설치했다.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까지는 기차로 6∼7분 거리. 서울에서 북쪽으로 56㎞, 평양에서 남쪽으로 205㎞ 지점에 위치한 도라산역은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역 구내에는 출입국관리소가 설치되어 있고, 2002년 2월 20일 도라산역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과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침목도 전시되어 있다.

도라산역에서 출발하는 안보관광 연계버스를 타면 도라전망대와 제3땅굴 등을 관광할 수 있다. 해발 156m 지점에 위치한 도라전망대는 남한의 최북단 전망대로 개성공단을 비롯해 개성 시가지, 김일성 동상, 송악산, 기정동 마을, 개성공단 숙소, 남한에서 유일하게 DMZ 내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 등이 서쪽으로 동쪽으로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1978년 발견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제3땅굴은 서울에서 불과 52㎞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판문점과 4㎞ 떨어진 제3땅굴은 폭 2m, 높이 2m, 길이 1635m로 1시간에 3만명의 병력이동이 가능하다. 땅굴 관람을 위한 셔틀 엘리베이터와 함께 DMZ영상관, 상징조형물 등이 갖춰져 있다.

관광을 마치고 도라산역에서 DMZ 트레인을 타고 임진강역으로 다시 나오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자유의 다리를 비롯해 남북분단의 상징물인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망향의 노래비, 망배단, 평화의 종, 미국군 참전기념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임진강역에서 파주출판단지, 헤이리예술마을 등 연계관광도 가능하다.

DMZ 트레인 요금은 서울역∼도라산역 구간의 경우 편도 기준 주중 8700원·주말 8900원이다. 서울역∼능곡역·문산역·임진강역은 주말·주중 구분 없이 8400원이고, 임진강역∼도라산역은 5000원이다. 자유롭게 DMZ 트레인을 왕복으로 이용할 수 있는 ‘DMZ플러스권’은 1만6000원. 한화63빌딩과 CJ서울타워 입장료 할인혜택도 주어진다(코레일 고객센터 1544-7788).

파주=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