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목사의 시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입력 2014-05-22 03:03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대리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전자는 사건·사고의 당사자가 갖는 심리적 어려움을 말하며 후자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 현장을 직간접 경험한 자가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말한다. 간접경험이 스트레스 장애로 나타날 때 이를 대리외상(Vicarious Trauma)이라 하는데 주로 경찰관이나 소방관, 간호사, 의사, 응급실 의료행위자, 심리치료사 등에게서 나타난다. 일반인도 반복되는 영상이나 관련 뉴스에 장시간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면 유사한 형태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사망·실종자 가족들이 PTSD를 겪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5000만 국민 모두 ‘대리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사자는 물론 온 국민이 슬픔과 불안, 우울과 두려움으로 정신적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식욕부진 또는 탐식, 피로감과 불면, 이유 없는 두통 등을 호소한다. 어떤 이들은 악몽 가운데 수면장애를 겪는다. 어린이들도 정서적 퇴행을 보이고 떼를 쓰고 보채고 응석을 부린다. 청소년은 반항적 언동을 보이며 음주와 흡연, 게임 등에 몰입한다.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고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하며 고독과 외로움을 취미로 삼으려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조속한 치유와 회복을 이루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이번 참사 원인이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조사하고 살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을 깨닫고 대안과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이 잘못되고, 어디가 문제고 누구의 책임인지, 그렇게 하지 않고 이렇게 했더라면 등등 정확하게 지적하고 따져야 한다. 돈, 방심, 불법, 비합리적인 제도와 무능한 조직, 인간의 탐욕과 욕망과 이기심과 배금주의, 급속한 성장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문제라고 지적해야 한다.
자아성찰을 통해 나의 이기심과 세속적 가치관, 사악함과 욕망이 문제요 죄라고 뉘우치며 깨달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우선해야 하는 일은 좌절과 절망 속에 울고 있는 그들과 울어주며 말없이 그들 곁에서 함께 흐느끼고 도닥이고 싸매 주는 것이다. 그들을 일으켜 주고 세워주고 도와주면서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우리도 지난날 겪었다고 부드러운 손길로, 따뜻한 사랑의 가슴으로 안아주고 보듬어줘야겠다. 어쩌면 다음은 내 차례라고 생각하며 겸손하게 다가가 흐르는 눈물을 닦아줘야겠다. 모두가 눈치 보는 이때 우리는 담대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용기를 북돋워줘야겠다.
이제 치유를 위해 기도하자. 범국가적, 국민적으로 변화되고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다시는 우리 조국에 이런 참상이 없기를 아뢰자.
<수원중앙침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