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섭의 시시콜콜 여행 뒷談] 둔율올갱이마을의 ‘인연’ 마케팅

입력 2014-05-22 02:05


괴산호 아랫마을인 충북 괴산군 칠성면의 둔율올갱이마을은 10년 전만 해도 인적이 드문 전형적인 시골이었습니다. 다슬기(올갱이)가 지천인 마을 앞 달천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는 탓도 있지만 ‘충청도 양반’을 자처하는 마을 노인들이 짧은 바지 차림의 젊은 여성 관광객들이 마을을 활보하는 모습을 마뜩찮아 하는 바람에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소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변화의 바람은 2005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마을이 일사일촌의 인연을 맺으면서 불기 시작했습니다. 젊은이들이 여름휴가차 마을을 찾아 일손도 거들고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구입하면서 마을 어른들은 색안경을 벗었습니다. 2008년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되고, 이듬해 정보화마을이 되면서 자매결연을 맺은 기업도 12개로 늘었습니다.

마을은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은 마을 이름을 둔율리에서 둔율올갱이마을로 바꾸고 다슬기축제를 열었습니다. 다슬기 잡기, 두부 만들기, 민물고기 잡기 등 다양한 체험거리도 만들었습니다. 이장에서 마을위원장으로 명함을 바꾼 최종하(56)씨는 마을 앞 달천에 돌무더기를 쌓아놓고 민물고기를 잡는 희한한 아이디어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민물고기가 숨을 곳을 찾아 돌무더기로 몰려드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지요. 그물로 돌무더기를 둘러싸고 돌을 하나하나 들어내서 물고기를 잡다보면 도시인들은 절로 신이 납니다. 돌무더기 하나에 5만원을 받는데 마을 앞 달천에는 돌무더기가 100여 개나 됩니다. 주민들이 마을위원장을 ‘봉이 김선달’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75가구 160여 명이 사는 마을을 방문하는 체험객도 해마다 늘어 지난해엔 1만5000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마을 골목길 담장은 귀여운 어린이 그림으로 도배를 했습니다. 철따라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모두 인터넷 주문을 통해 택배로 팔려나가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단골 고객이 1000명쯤 되는 한 주민의 수입은 한 해 1억원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지난해부터는 마을의 사과나무를 1년 단위로 분양하기 시작했는데 공지를 띄우자마자 분양이 완료된다고 합니다. 도시민과 농촌 주민이 맺은 작은 인연들이 하나하나 밑거름이 되어 둔율올갱이마을을 명품 체험마을로 탄생시킨 것입니다. ‘인연’을 바탕으로 성공한 농촌관광의 새로운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박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