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 (19) 서순교 ‘김환 콜렉션’ 대표

입력 2014-05-22 03:31


“예수님 없는 경제적 풍요는 물거품과 같아”

평범한 주부였던 서순교(66) ‘김환 콜렉션’ 대표가 장사에 뛰어든 것은 1970년대 초 시댁과의 불화 때문이었다. 종갓집으로 쌀장사를 했던 시댁에서 3년간 새벽부터 30명이 넘는 대가족을 뒷바라지했지만 ‘쌀을 친정집에 보낸다’는 오해만 받았다. 74년 시댁에서 경제적 독립을 한 뒤 서 대표가 선택한 것은 보따리 장사였다. 오후 11시 서울행 기차를 타고 서울 동대문·남대문 시장에서 의류를 구매한 뒤 대구 교동시장 내 3.3㎡짜리 가게에서 판매했다. 하루 4시간씩 칼잠을 잤다. 무거운 의류 원단과 옷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다녔다. 서 대표는 3년간 돈을 모아 서울 동대문 의류시장으로 진출했다.

“그때는 서울에 신세계백화점과 코스모스백화점밖에 없던 시절입니다. 의류 브랜드라고 해봤자 논노 등 2, 3개 회사밖에 없고 대부분 양장점에서 옷을 맞추곤 했어요. 여자들이 바깥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때죠.”

서 대표는 새벽 3시부터 발로 뛰었다. 그는 “국내 백화점 시장조사는 물론 일본 홍콩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프랑스 등지를 돌며 앞서가는 패션 트렌드를 꾸준히 익혔다”면서 “디자인 실장과 거리를 돌며 앞서가는 패션 스타일을 익히고 고급 원단을 사용하면서 80개 특약점에서 옷 주문이 쇄도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천주교 집안에서 자라났다. 그러다가 교회에 출석하게 된 것은 80년부터다. 선천성 거대결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장남의 질병 치료를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시집 식구와 남편의 반대에 부닥치고 사업이 바빠지면서 교회는 점점 멀어지게 됐다.

“수차례 수술과 재활치료를 하면서 어린 아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습니다. 눈물이 끊이지 않던 삶을 사는데 이웃집 아주머니가 ‘병 고침 받으려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나가야 한다’고 그러더군요. 결국 아들은 치료를 받았어요. 그런데 주일을 몇 번 범하다가 시험에 들었는데 하나님과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더군요. 예수가 없는 경제적 풍요는 물거품과 같더군요.”

세상 안목으로 일처리를 하다 보니 부도와 사기도 여러 번 맞았다. 자신의 일을 도와주지 않는 소극적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다 우울증에 걸렸다. 서 대표는 “어느 정도 물질이 채워지자 하나님 없는 인생의 허무함과 ‘나의 수고를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이 밀려왔다”면서 “항상 공허하고 불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비싼 보석과 시계를 사들였지만 결국 만족을 얻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서 대표 부부는 두 아들을 모두 미국으로 유학 보낸 뒤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

그의 삶에 전환점이 된 것은 명성교회(김삼환 목사)에 출석하면서부터다. 미국 유학을 마친 차남이 2000년 교회에 다닐 것을 권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교회생활에서 희망을 찾았다.

“새벽제단을 쌓으며 여호와 하나님으로 인한 기쁨의 삶을 체험하게 됐습니다. 하나님을 떠난 지난날의 삶이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황금 같은 젊음을 예수 없이 보냈던 것이 너무나 원통했습니다. 눈물로 회개하며 오직 주님만 의지하며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예수를 인격적으로 만난 뒤 수십억원대의 사업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도 변했다. 2003년부터 사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량으로 물량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업이 무엇일까’로 방향을 전환했다.

“2003년부터 회사 규모를 줄였어요. 새벽마다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사업 규모를 축소하라는 영감을 주시더군요. 회사에 대한 욕심이 커질수록 제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직원들의 부도덕한 면과 제작 공정에서의 자본 누수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2010년까지 의도적으로 계속 사세를 줄였어요. 요즘 패션업계가 말이 아니거든요. 소형 패션업체는 의류 원단가도 보전 못하는 소위 ‘땡처리’를 해야 할 정도로 어려워요. 대형 회사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그때 과감한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완전히 망했을 겁니다.”

신앙이 없었더라면 2007년 발생한 창고 화재사건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 대표는 경기도 이천에 의류 원단 창고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원인 모를 화재로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원단과 의류 5900벌을 모두 태웠다. 피해만 12억원이었다. 그때 그는 무릎을 꿇고 ‘하나님, 이번 화재에 과연 어떤 뜻이 있습니까’라고 울부짖었다.

“화재 사고를 당하고 1년 뒤 하나님의 정확한 뜻을 알게 됐어요. 만약 그때 수입 원단으로 정장을 만들었다면 아마 지금 거지가 됐을 겁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패션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거든요. 티셔츠도 안 팔리는 상황에서 고급 여성 정장이 팔리기나 했겠습니까. 수십억원에 이르는 제작비는 고사하고 원단 값도 못 건졌을 겁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불난 것도 하나님의 은혜다!’라는 것을요.”

그의 남은 목표는 계약신학대학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둘째 아들과 전국 곳곳에 교회를 설립하는 것이다. “고난이 유익이라는 말씀이 정말 맞습니다. 사업이 잘된다고, 인생이 술술 풀린다고 절대 하나님을 떠나선 안 됩니다. 그 종착점엔 허무와 외로움만 있을 뿐입니다.”

서순교 대표

△1949년 대구 출생 △1974년 대구 교동시장에서 의류가게 시작 △1988년 ‘패션 레이디’ 사옥 입주 △1997년 김환 콜렉션 설립 △2011년 서울 명성교회 권사 취임 △2012∼2013년 한국기독실업인회 서울 잠실지회장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