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에서 세월호 관련 시국기도회... 정부의 안일한 대응 비판 쏟아져
입력 2014-05-20 18:31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와 가족을 위로하는 기도회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렸다. 고통을 함께 나누고,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는 기도는 20일 오후 서울의 중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기도회 참가자들의 발걸음은 서울 중구 명동길 향린교회에서 정동길 덕수궁 대한문으로, 다시 세종대로와 보신각을 거쳐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로 이어졌다.
“악인이 죄악을 낳음이여 재앙을 배어 거짓을 낳았도다”.(시편 7편 14절)
이날 오후 4시30분 향린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 시국기도회에서는 참회의 목소리가 먼저 터져 나왔다. 대표기도자로 나선 전국농민목회자연합회 총무 홍요한 목사는 “희생자를 위로하시고 우리가 자성하고 회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굵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기도했다.
구조작업에 무기력했던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현 정부가 위기관리 매뉴얼과 재난대응 시스템을 제대로 시행할 수 없는 조직이라는 쓴소리였다. 기장은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문’에서 “박근혜 정권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철저히 이행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특정 민간 구난업체에 특혜를 주고 언론을 통제하는 일에 전력을 쏟았다”며 “무능한 정부가 국가를 운영하면 이 같은 비극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도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의 역사를 주관하고 계신다.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기에 부정과 불법을 자행한 죽음의 세력은 진실 앞에서 온전히 설 수 없다”며 손에 십자가를 들고 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향린교회를 출발, 서울 청계광장의 한신대학교 신학생 삭발농성장을 거쳐 대한문으로 기도하며 걸었다.
세월호의 아픔을 공유하는 이들의 기도는 오후 7시 대한문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기도회’로 이어졌다.
“맘몬과 자본의 힘에 힘없이 무너진 우리를 용서하소서. 무능한 정부를 향해 행동하지 못했던 우리를 용서하소서. 하나님 앞에 탐욕을 따라 무책임하게 살았던 우리의 모습을 참회합니다.”
이날 인도를 맡은 NCCK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 김혜숙 목사의 기도에 참석자들은 침묵으로 함께했다. 한 참석자는 슬픔을 참지 못한 채 흐느끼며 “주님”을 외치기도 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탄식과 눈물, 통성기도로 참극의 고통을 나눴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기도회 후 한 손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저마다 침묵기도를 하며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로 향했다. 침묵행진을 인도한 NCCK 인권센터 소장 정진우 목사는 “세월호 참사를 보며 이웃들과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며 “남은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게 사태를 수습하는 정부를 주시하고 국민의 마음을 담은 요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