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한류’… 2013년 외국인 환자 20만 돌파
입력 2014-05-21 03:56
러시아 여성 A씨(38)는 20년 넘은 결혼생활에도 임신을 못해 고통 받는 처지였다. 러시아 의료기관에서는 불임 원인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현지 언론에서 한국의 의료 수준이 높다는 정보를 얻었고, 올 초 한국을 방문했다. 검사 결과 원인을 찾아냈고, 치료 과정을 거쳐 시험관 아기로 임신에 성공했다.
A씨처럼 우리나라 의료기관을 찾는 외국인이 5년 동안 3.5배 증가했다. 외국인 환자 진료 수입은 7.2배나 늘었다. 중국인(5만6075명) 미국인(3만2750명) 러시아인(2만4026명) 일본인(1만6849명)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환자 진료기관이 제출한 사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91개국 21만1218명의 외국인이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른 외국인 환자 진료 수입은 3934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환자가 6만201명, 진료수입은 547억원이었던 2009년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가장 많이 찾은 중국인들은 주로 20, 30대로 미용 목적이 많았다. 중국인 환자 4명 중 1명은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이용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협력사업단 한동우 팀장은 “한류 영향도 있고 우리나라 성형외과 시술·수술이 뛰어나다고 중국에 입소문이 퍼져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인들은 의료 수준이 높으면서 미국보다 진료비가 싸다는 이유로 증가 추세다. 러시아인은 암·심혈관 등 중증 질환자들이 많다. 진료 수입은 중국(1016억원·25.8%)과 러시아(879억원·22.3%) 환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왔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정부 간 환자송출 협약을 맺은 이후 UAE 환자도 크게 늘었다. 2012년 342명에서 지난해 1151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UAE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1771만원으로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186만원의 9.5배나 됐다.
외국인 환자가 가장 많이 찾는 진료는 내과(소화기내과 순환기내과 등 11개 내과 진료과목 통합)였다. 지난해 6만8453명(24.4%)이 내과 진료를 받았다. 이어 검진센터(2만8135명·10.0%) 피부과(2만5101명·9.0%) 성형외과(2만4075명·8.6%) 산부인과(1만5899명·5.7%)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한국 의료관광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과제는 서비스 분야의 질적 향상으로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비용 때문에 통역 문제나 기호에 맞는 환자식 제공 등 체계적이고도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팀장은 이밖에도 “한국 의료기관에 대한 강한 신뢰가 형성될 수 있도록 불법 브로커 근절,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