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고아의 날’ 제정 한국서 시동
입력 2014-05-21 03:59
“여기에 또 다른 당신의 아들딸이 있습니다. 이 땅 위에 홀로 서 있는 아이들을 안아주세요.”
50년 가까이 고아들을 돌봐온 윤기(73) 숭실공생복지재단 명예회장은 20일 세계 곳곳에 있는 ‘외로운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 회장은 “유엔 에이즈 보고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부모 없는 아이들이 1억5000만명에 달한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고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고 표명했다.
‘세계 고아의 날’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한국에서 시작됐다. 숭실공생복지재단을 중심으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박종순 충신교회 목사, 김동수 전 숭실대 명예교수 등이 이 운동에 동참했다. 세계 고아의 날 제정 추진을 위한 한국위원회를 결성한 이들은 이날 첫 준비 모임을 갖고 향후 로드맵을 밝혔다.
이 전 장관은 “고아를 들여다보면 거기엔 전쟁, 빈곤, 사회·문화의 문제가 응축돼 있다. 아이를 버리는 작금의 시대 상황에서 고아는 생명존중 문제와도 연결된다”면서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위한 움직임과 그 과정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고아의 정의를 분명히 하고, 고아의 날 제정 움직임에 국가·인종·종교를 초월한 동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명예교수는 ‘사회적 고아’들을 얘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6·25전쟁고아가 지금은 거의 없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면서 “고아의 개념이 현재는 ‘가정환경의 박탈’로 확대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가정의 회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제시했다.
숭실공생복지재단 등과 한국위원회는 현재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위한 캠페인과 함께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3만여명이 동참했다. 앞으로 전 세계 아동복지 전문가들과의 포럼,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2017년 ‘세계 고아의 날’ 제정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유엔이 세계 고아의 날을 제정할 경우 국제사회의 새로운 협력을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윤 회장은 “세계 고아의 날이 제정되면 우리나라는 물론 지구촌에서 고통 받는 고아들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고 약자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이뤄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도 사랑 받고 자라는 아이와 받지 못한 아이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하면서 “일련의 운동이 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고아사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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