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진료비 청구업무 욕심에 무리수

입력 2014-05-21 06:01


언론광고 통해 요양기관은 부도덕하게 묘사하고, 타 기관업무는 공단으로 이관 주장…복지부는 산하기관 다툼에 관리감독 외면

[쿠키 건강] 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 청구·지급체계 개선안 카툰 광고를 무가지(無價紙)에 게재해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언론매체를 통해 ‘진료비 청구·지급 합리적 방법을 찾아서...’라는 카툰 광고를 게제 했는데 그 내용이 건강보험공단이 청구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담당하는 진료비 청구 업무를 건보공단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기관의 담당 업무를 상위 기관도 아닌 수평적 관계에 있는 기관에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가 넘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카툰의 내용을 보면 요양기관의 부당청구를 예로 들고 있는데 A의원이 불법으로 촉탁의사를 내세워 B요양원을 같은 건물에 개설하고, B요양원 입소자 69명을 A의원에서 진료한 것처럼 진찰료와 주사료, 당검사비용 등을 건강보험으로 청구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조리사와 물리치료사도 A의원 인력으로 신고하고, 식대 중 조리사 가산료와 물리치료료를 부당 청구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면서 부당청구가 ‘건강보험 진료사실에 관계없이 급여기준에만 맞게 청구하면 진료비가 지급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며 ‘요양기관에서 진료비를 공단으로 청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 광고는 모든 요양기관들을 부당 청구하는 비도덕적인 의료기관으로 오해할 수 있도록 묘사하고 있으며, 기관 간에 업무를 협조하는 모습이 아닌 업무 빼앗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상급기관의 산하기관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인상도 주고 있다.

특히 광고 발주처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고 하단을 보면 ‘국민건강보험’ ‘보건복지부’ 로고와 명칭이 들어가 있어 건보공단 단독으로 진행한 것이 아닌 상급기관과 협조해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보건복지부는 산하기관 중 한쪽에 공식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 로고가 들어간 것은 통상적으로 정책홍보를 하면서 들어가는 것이다 보니 빠져야 하는데 잘못된 것이라고 건보공단 관계자가 해명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내용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이번 광고는 모르는 사항이고, 협조요청이 없던 사항이다.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복지부 명칭이 들어간 것은 일반적으로 정책홍보를 하면서 기재하던 것을 행정 실수로 이번 광고에도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심사평가원의 심사·청구권을 건보공단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그래야만 건보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과 간담회에서도 “건강보험 운영시스템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하는데 현 시스템은 그렇지 않아 사전 관리가 가능한 지출구조가 아니라”라며 “진료비 청구를 공단에 하면 사전관리가 가능할 것이며, 시스템 전산화도 이뤄졌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심사평가원의 주된 기능이 진료비 심사와 청구 업무인 점을 감안하면 영역 다툼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라는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렵고, 복지부 역시 산하기관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감사원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수차례 지적받은 바 있어 관리부실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