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무심코 사진 리트윗한 칸투… 인종차별 논란 휩싸여 곤욕

입력 2014-05-21 03:11


[친절한 쿡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멕시코 출신 강타자 호르헤 칸투(32)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SNS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다른 네티즌의 게시물을 재배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겁니다.

칸투는 지난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아 중·고교생으로 추정되는 14명의 얼굴을 비슷하게 변형한 멕시코 여성 네티즌의 게시물을 리트윗 했습니다. 게시물에는 스페인어로 ‘도전. 5개 문항에 답하라. 어떤 학생이 자고 있는가. 쌍둥이 형제를 찾아라. 소녀는 몇 명인가. 누가 교사인가’라고 적혀 있습니다. ‘눈매가 가늘어 자는 것처럼 보인다’ ‘얼굴에 특징이 없어 나이나 성별을 구분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문항들입니다. 미주·유럽인들이 아시아인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죠.

칸투는 탬파베이 레이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등을 거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출신 강타자입니다. 올 시즌 첫발을 내딛은 우리나라에서는 두산의 4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인 비하의 여지가 있는 리트윗에 우리나라 네티즌이 즉각 반응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20일 SNS에는 “우리나라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가 아시아인을 비하한 게시물을 소개한 것은 관중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재배포 행위만 놓고 인종주의자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반박도 나왔지만 비난 여론을 뒤집진 못했죠.

칸투는 논란이 불거지자 문제의 리트윗을 삭제하고 사과했습니다. 트위터에 “한국의 야구팬들에게 오해를 안겼다. 끔찍한 실수였다. 나도 인종주의와 차별을 혐오한다”며 “한국에서 얼마나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는지 팬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산도 구단 차원에서 나섰습니다. 트위터에 “실망을 드리고 심려를 끼쳐 선수관리의 책임이 있는 구단으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글을 올린 것이죠.

트위터에서 리트윗은 재배포 외에도 동의나 지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경기장에서 우리나라 선수나 관중을 모욕하지도, SNS에서 아시아 네티즌에게 폭언을 퍼붓지도 않은 칸투가 인종주의자의 오명을 뒤집어쓴 이유도 그래서일 겁니다.

누구나 클릭 한 번으로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프로선수라면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높은 연봉과 명성에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경기장 안팎은 물론 SNS에서도 그렇습니다. 모처럼 메이저리그에서 영입한 거물급 외국인 타자로, 알려진 연봉만 25만 달러, 실제 연봉은 최소 30만 달러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을 낳으면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칸투도 여기서 예외가 될 수 없을 겁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