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파행… 5월 21일부터 파업 찬반 투표

입력 2014-05-21 02:03

세월호 침몰 참사 보도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에서 시작된 KBS 사태가 길환영 사장의 사퇴거부 후 방송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전 6시 ‘뉴스광장’은 20분간 단축 방송됐고, 9시30분 ‘뉴스930’은 결방된 채 다큐멘터리 ‘세계는 지금’ 재방송이 전파를 탔다. ‘뉴스12’와 ‘뉴스토크’ ‘뉴스5’ ‘뉴스7’ 등 다른 뉴스 프로그램도 5∼10분 내외만 방송됐다.

KBS 기자협회 소속인 앵커 13명이 마이크를 내려놓는 바람에 현재 KBS 뉴스는 모두 여성 아나운서가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다.

20일 밤 12시까지로 시한부 제작 거부를 선언했던 KBS 기자협회는 이날 “길 사장이 사퇴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 거부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세월호 유가족, 실종자 가족 취재를 위한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하고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며 “해외 특파원들도 이날부터 최소한의 리포트만 소화하면서 기자협회의 제작 거부 결의에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PD들도 이 움직임에 동참할 것으로 보여 현재 보도를 중심으로 편성된 1TV는 물론, 2TV까지 정상 방송에 적신호가 켜졌다. KBS PD협회는 전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길 사장이 퇴진하지 않으면 제작 거부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길 사장을 PD협회에서 제명시켰다. PD협회의 제명 결정은 1987년 협회 창립 이래 두 번째다. PD 직군이 제작 거부에 동참하게 되면 세월호 침몰 참사로 5주 이상 결방했다가 방송 재개를 시작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교양·예능 프로그램이 다시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기자와 PD 직군을 중심으로 1200여명이 소속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21일부터 3일간 파업 찬반 투표를 예고한 가운데, KBS 노동조합(제1노조)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기술직군을 중심으로 2500명가량이 소속된 제1노조는 21일부터 일주일간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날 40여명의 새노조 조합원은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양심을 갖고 제대로 된 방송을 해낼 것”이라며 유족들에게 KBS 사태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KBS 사장 선임 구조에 대한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서동구 전 사장은 임기 시작 8일 만에 물러났고 후임 정연주 전 사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해임됐다. 이명박정부 시절 이병순 전 사장도 ‘낙하산 사장’ 투쟁에 몰려 잔여 임기만 채우고 물러났고 김인규 전 사장도 친 정권적 행보로 구성원들에게 사퇴 압박을 받았다.

공영방송인 KBS의 사장은 방송법에 따라 여야 인사비율 7대 4인 KBS이사회의 임명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낙하산 인사’ ‘청와대 개입’ 등의 정치적 논란이 이어지는 것도 이 같은 구조에서 비롯되는 문제 중 하나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