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불법추심 동작 그만” 경고장 날린 금감원
입력 2014-05-21 02:55
불법 채권추심에 시달리는 대부업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상담을 진행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실의 송태경 수석보좌관(국민일보 3월 28일자 14면 참조)은 지난달 익명의 감사 편지(사진)를 받았다. “보좌관님을 만나기 전에는 살아 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읍(습)니다. 요즘은 장사도 불안해하지 않고 잘하고 있읍(습)니다….” 그는 “부디 나같이 힘든 사람들의 히망(희망)이 되어 주세요”라며 5만원권 20장을 편지에 동봉했다.
사연과 필체를 토대로 찾아낸 발신자는 지난해 9월 송 보좌관을 찾아온 한 50대 여성이었다. 당시 이 여성은 한때 동거하던 남성의 대출 보증을 섰고, 그의 잠적에 따라 10년 전부터 대부업계에 1억6000만원가량의 채무를 진 상태였다. 충분히 갚은 것 같은데도 7명의 사채업자가 동시에 이 여성을 찾아와 협박했다. 상환을 대부분 현금으로 한 터라 빚이 없다고 입증하기 어려웠다.
이 여성은 소송을 대리한 송 보좌관의 도움으로 최근 “7000만원가량은 변제할 의무가 없다”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지긋지긋하게 계속되던 폭행과 협박 등 악성 추심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송 보좌관이 편지에 있던 100만원을 돌려주려 했지만 이 여성은 한사코 거부했다. 자신처럼 고통 받는 채무자들을 위해 써 달라는 부탁에 송 보좌관은 이 돈을 시민단체 ‘민생연대’에 기부했다. 송 보좌관은 20일 “갚지 않아도 될 채무 때문에 악성 추심에 시달리고,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채권추심 과정의 불법성을 지적하고 ‘1일 3회 독촉’을 기조로 한 채권추심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했지만 대부업계의 음성적인 관행은 좀체 없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에는 오순명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이 나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지만 요지부동이다. 100만원의 감사 편지를 보낸 이 여성의 경우 비인간적인 추심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할 정도였다.
이에 금감원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을 어기는 행위를 엄중 경고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한 상태다. 금감원은 한국대부금융협회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개정된 대부업법 시행과 관련한 업무지도 협조 요청 공문을 최근 발송했다고 이날 밝혔다. 최근 서서히 지자체로부터 대부업 감독 권한을 넘겨받고 있는 금감원은 “법령들의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라고 사전 예고했다.
금감원은 우선 조만간 시행될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공정채권추심법)을 두고 위반 시 벌칙·처분사항을 상세히 안내했다. 7월 15일부터는 채무자의 잠적으로 소재·연락처를 아는 방법을 문의하는 때를 제외하면 채권추심자가 채무자의 주변에 연락을 하는 일이 전면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조치를 받는다.
예외적으로 연락하는 경우에도 채권추심자의 성명을 밝히지 않거나 채무자의 채무·신용도를 유출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채무자가 변호인을 선임하고 서면 통지한 경우에는 채권추심자가 직접 연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만일 추심업체가 이를 어기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또 채무자 본인뿐 아니라 대리인이 요구하더라도 대부계약 서류를 열람토록 해줘야 한다.
공포심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추심 관행도 철퇴를 맞게 된다. 단 한 차례라도 변제 의무가 없는 채무자 이외의 사람에게 대리 변제를 요구했다가 적발되면 해당 채권추심자는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해당 업체는 영업정지·등록취소 제재를 받게 된다.
추심은 물론 대부업계의 계약 과정에 대해서도 금융 당국의 검사가 강화된다. 금감원은 “일부 대부업체는 여전히 최고이자율(연 34.9%)이 기재되지 않은 대부계약서를 거래상대방에게 교부하는 등 대부업 관련 법령의 개정사항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법정 최고이자율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 과태료, 영업정지에 해당한다. 계약서는 제대로 썼더라도 이를 어기고 연 34.9%의 이자를 초과해 받는 대부업체는 3년 이하 징역 및 3000만원 이하 벌금, 영업정지와 등록취소에 처해진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