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닌 하나님께 뿌리를 내려라”

입력 2014-05-21 02:47


부의 뿌리/척 벤틀리 지음, 박갑윤 옮김/생명의말씀사

눈물과 탄식으로 보낸 한 달여. ‘세월호 참사’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끔찍한 총체적 부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월호 사건을 캐내면 캐낼수록 부정부패, 자본과 권력의 유착에 이단 문제까지 온갖 비리의 온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하나의 거대 사건을 보면서 다시 한번 뿌리의 중요성을 느꼈다. 우리 사회는 근본부터 변해야 한다. 원뿌리를 잘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탐욕, 부패를 떠올리면 돈이 먼저 그려진다. 오죽하면 성경에도 이런 말씀이 있을까.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딤전 6:10) 그러나 크라운재정사역 대표를 맡고 있는 저자는 “말씀을 더 깊이 들여다 보라.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는 사랑, 돈, 악에 대해 묵상해볼 것을 권면한다. 돈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돈을 사랑하는 게 ‘악의 뿌리’가 된다는 말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책 제목을 보고 처음엔 그저 그리스도인들에게 허락된 부(富)의 비밀, 바람직한 그리스도인의 재정관리에 관한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돈, 재정에 관한 이야기만 다루지 않는다. 저자의 간증이 들어 있는 신앙 고백록에 가깝다. 한때 저자는 나스닥 상장을 눈앞에 둔 전도유망한 인터넷기업 CEO였다. 그러던 2000년 3월 미국의 닷컴 열풍 거품이 빠지면서 파산에 이른다. “주식 시장 대폭락이 일어났던 초기에 여러 사람이 뉴욕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닷컴 거품이 꺼졌을 때 어떤 면에서 나도 죽었다. 말하자면, 옛날의 내가 죽은 것이다”고 고백했다. 즉 “내가 바울처럼 다메섹 도상 체험을 했다”는 거다. 예수님이 아닌, 돈을 사랑했던 자신을 회개하고 회심의 길을 걷는다. 많은 이들에게 하나님의 관점에서 진정한 부를 얻고 누리는 삶을 전파하고 있다. 저자는 ‘뿌리’에서 부의 해법을 찾는다.

성경은 진리를 설명할 때 나무를 비유로 많이 든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에게도 나무를 적용해 보자. 과연 당신과 나를 묘사하는 나무는 어떤 모습인가. 자기를 사랑하고 돈을 사랑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잔뿌리를 지닌 ‘나 중심 나무’인가, 아니면 하나님께 깊이 뿌리를 내린 ‘그분 중심 나무’인가. 두 나무는 어떤 뿌리를 가졌느냐에 따라 열매가 달라진다.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재물은 사람을 절대로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우리는 명예로 구원받지 못하고, 권력으로 구원받지 못하며, 이 땅에서 자신이 이룩한 왕국의 크기로 구원받지 못한다. 우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 우리의 구원은 복음의 능력, 즉 예수님의 생명이 우리 안에 거할 때 믿음으로 생겨나는 하나님과의 기적적인 교류를 통해 일어난다. 그때, 오직 그때만 우리의 뿌리는 변화될 수 있다.”(139쪽) 그리스도인은 ‘그분 중심의 나무’여야 한다.

하나님께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는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영원한 계획을 이루는 데 삶의 목적을 둔다. 주렁주렁 초자연적인 열매를 거둔다. 가장 중요한 게 사랑이란 열매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그 사랑에서 우러나는 행동이 베풂이다. 이를 통해 변치 않는 기쁨과 영원한 부요함을 누린다. 이 나무에서 돈은 오히려 작은 시험일 뿐이다. 아니, 아예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분 중심 나무는 부유하다. 나 중심 나무를 다 합한 것보다 더 부유하다. 그 부유함은 돈 많고 적음과 상관없다. 왜냐하면 부유함의 뿌리가 예수님 안에 있기 때문이다.”(160쪽)

책에는 ‘역설의 삶을 사는 그분 중심 나무’들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또 다른 감동이다. ‘주님은 나의 최고봉’이란 명저를 남긴 오스왈드 챔버스 뒤에는 청각장애인 아내 비니가 있었다. 일찍 남편을 잃은 가난한 과부 비니였지만 하나님만을 사랑하는 뿌리를 내렸기에 두려움 없는 삶을 살았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윌리엄 보든은 상속받은 어마어마한 재산에 지배당하지 않고 선교의 길을 떠났다. 그러나 25세 젊은 나이에 주님 품에 안겼다. 전 재산을 기부했을 때 보든은 성경책 앞 부분에 “소유하지 말라”고 적어 놓았다. 뇌수막염으로 회생 기미가 없을 때 보든은 “후퇴는 없다”고 기록했다. 그리고 하늘나라로 떠나기 직전 “후회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써놓았다. 예수님과 함께했기에 그들의 인생은 결코 잃어버리지도, 도난당하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