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사이버 전쟁’이 또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중국이 러시아와 유례없는 밀월을 과시하는 상황에서 미국과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중국해 문제에 이어 갈수록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서부 연방지법대배심이 중국 인민해방군 61398부대 소속 장교 5명을 산업스파이와 기업비밀 절취 등 6개 혐의로 정식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홀더 장관은 “피고인들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에 피고인들의 신병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미국 정부가 외국 정부 공무원의 해킹 행위에 대해 기소한 사실을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군의 조직적인 해킹에 정면 대응을 선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밝힌 중국군의 해킹 대상은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 철강회사 US스틸, 특수금속기업 ATI,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 미국 철강노조(USW), 독일 태양광 업체 솔라월드의 자회사 등 6곳이다.
이들은 웨스팅하우스와 US스틸의 내부 시스템을 뚫고 들어가 정보를 빼돌렸고 ATI에서는 직원 수천명의 네트워크 인증서를 훔쳤다. 해킹은 2010∼2012년 사이에 31번 이뤄졌다.
이번 사건이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그 중심에 ‘61398부대’가 있기 때문이다. 미 해킹 피해자들 사이에 ‘코멘트 크루’ 또는 ‘상하이 그룹’으로 불리는 이 부대는 지난해 2월 CNN과 NYT가 관련 보도를 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CNN 취재진은 부대 본부가 있는 상하이 외곽 다퉁(大同)로의 흰색 사무실 빌딩을 취재하던 중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이를 계기로 61398부대의 소재지가 드러났다. NYT는 ‘중국 해킹의 비밀 전초기지’라고 전했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사이버 스파이 행위로 미국 경제에 발생하는 비용이 매년 최대 1200억 달러(약 123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미국을 맹비난하며 반격했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 측 발표는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며 “미국은 즉각 잘못을 바로 잡고 기소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해킹, 감청 등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라며 “중·미 양국이 합의한 ‘중미 인터넷 업무조’의 활동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이 장기간에 걸쳐 중국 주요 인사들을 추적해왔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중·미 인터넷 업무조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양국 간 인터넷 해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설립한 조직이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미국이야말로 중국 인터넷을 해킹하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지난 3월 19일부터 5월 18일 사이에 미국에 서버를 둔 2077개 트로이목마 등 악성코드가 중국 내 118만개 서버를 직접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양국은 극한 상황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자제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사법부가 기소장에서 중국 측이 미 국방부 등에 대해 공격한 부분은 적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측의 유사한 행위를 중국이 폭로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소된 인민해방군 장교들이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미 관계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워싱턴=정원교 배병우 특파원
中 “美 산업스파이 주장은 완전 날조”
입력 2014-05-21 03:45 수정 2014-05-21 20:50